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31일 여야 모두가 반대하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사람이 순식간에 배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고 혀를 찼다.
최 대행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던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하고 나머지 한 명은 여야 합의가 있을 때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은 물론,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반발했다. 우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은 절충할 문제가 아니다”며 “최 대행의 판단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어 “국회가 선출한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는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국회의장 중재로 헌법재판관 추천 몫 배분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가 협의해 국민의힘 1명, 더불어민주당 2명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또 “(최 대행이)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채 국회의 논의 과정을 왜곡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9명 체제의 정상 가동을 지연시키고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은 헌법상의 ‘소추와 재판 분리’라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최 대행의 결정은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결정은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최 대행은 한덕수 총리의 결단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금 헌법재판관 3명 공백 사태는 민주당 때문”이라며 “국무위원과 검사에 대한 탄핵은 남발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만큼은 협조하지 않아 사실상 국정 마비를 주도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최 대행은 지난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비공개 면담을 했지만, 구체적인 발언은 공개되지 않았고, 이때부터 대통령실과 여권 핵심부 등을 중심으로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최 대행은 또 지난 27일 한덕수 대행이 탄핵 소추되기 전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며 한 대행을 설득했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최 대행은 또 “나라와 경제가 어렵다. 불확실성을 빨리 끝내려면 헌법재판관 임명은 해야 않겠나”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것엔 다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최 대행이 이날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최 대행과 윤석열 대통령의 인연을 놓고 여권 일각에서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 대행은 2015년 10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 미르재단 설립 추진 회의를 나흘 연속 주재하고, 미르재단과 관련해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위증 논란도 제기되기도 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행정관과 2003년 3월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관, 2007년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실무위원, 이명박 정부 현오석·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정책보좌관, 2014년 9월 박근혜 정부 경제금융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직에서 물러난 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했던 윤석열 검사의 눈에 들어 2022년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에 발탁되고,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수석에 이어 현재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역임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건이 벌어지자 지난 27일부터 5일째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여야 곳곳에서 최 대행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당 핵심 관계자가 마지막까지 재판관 임명을 하지 말라고 간청했고, 상당수 전직 경제관료들도 강하게 반대했는데, 최 대행은 강행했다”며 “이에 여권은 물론, 대통령실 소속 상당수 비서관·행정관까지 최 대행의 행보를 심하게 비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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