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주 고객층은 오랜 기간 남성 또는 가족이다. 그렇다고 틈새 수요를 게을리 하는 건 아니다. 시대 변화로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며 국내 여성 자동차 신차 구매 비중도 30%를 돌파했다. 기아 셀토스, 현대차 캐스퍼 등이 여성 고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모델이다.
자동차 수요 침체 속 견조한 판매 성과 성공
올해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로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이 둔화됐지만, 여성보다 남성이 신차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더 많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신차등록통계를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1~10월 남성의 신차 등록은 64만 1,155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성은 8.8% 줄어든 27만 2,759대다. 할인 확대 등으로 수요가 반등한 10월만 놓고 보면 남성의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0%인 것과 비교해, 여성은 4.2%나 늘었다.
이러한 차이는 선호 차급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은 쏘렌토·싼타페·카니발 등 패밀리카로 분류되는 중형급 이상 SUV 구매가 많다. 여성은 경차·소형·준중형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가성비’ 차량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큰 차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덩치가 작더라도 실내 공간은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는 실속 있는 차량이 성별을 막론하고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최근 5년간 여성에게 가장 많이 팔린 차량 변천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여성이 가장 많이 구매한 차량은 1만 2,700대를 기록한 기아 소형SUV 셀토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셀토스는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여성 최다 판매 차량에 이름 올렸다. 이어 기아 준중형SUV 스포티지 1만 300대, 현대차 경형SUV 캐스퍼 9,400대, 현대차 준중형세단 아반떼 8,500대 순이다.
지난 2019년 여성의 연간 구매 ‘톱3’를 살펴보면 KG모빌리티(옛 쌍용차) 소형SUV 티볼리 1만 9,400대, 아반떼 1만 8,400대, 기아 경차 모닝 1만 7,800대 순이다.
디자인 개성은 필수, 편의 저격이 성공 열쇠
셀토스는 2020년대 이후 소형SUV의 대형화를 주도한 차량으로 평가된다. 셀토스는 전장 4,390mm, 전폭 1,800mm, 전고 1,600mm, 휠베이스 2,630mm의 크기를 갖췄다. 구형 티볼리는 전장이 4,195mm였으니, 셀토스가 한 체급가량 큰 차량이었다. 구형 스포티지의 경우 전장이 4,480mm로 거의 준중형급 차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신형 티볼리는 4,225mm로 덩치를 키웠다. 현대차 소형SUV 코나도 2세대 모델부터 전장을 145mm 키워 4,350mm로 맞췄다.
셀토스는 여성이 많이 찾는 차량이다보니 ‘형제차’ 코나와 가격 전략부터 다르다. 같은 그룹사에 속해 있어 탑재되는 기술은 대동소이 하지만 가장 저렴한 엔트리 트림이 코나는 2,516만원인 것에 비해 셀토스는 2,246만원으로 370만원이나 저렴하다. 풍부한 사양보다는 꼭 필요한 사양을 따지는 구매 성향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셀토스 엔트리 트림이 마냥 ‘깡통차’인 것은 아니다. 셀토스는 기본 모델부터 차로이탈방지보조를 비롯한 크루즈컨트롤, 1열 열선, 후방모니터 등 거의 필수가 되어가는 편의 사양이 탑재됐다.
여성 구매 3위 캐스퍼의 매력은 무엇일까. 캐스퍼는 현대차가 아토스 단종 이후 거의 20년 만에 내놓은 경차다. 모닝·레이 등 기존 경차와 차별화하기 위해 ‘경형SUV’라는 마케팅을 펼쳤다.
캐스퍼가 SUV라고 선전하는 이유는 차량 크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사실 국내에서 경차로 인정받으려면 규정을 지켜야 한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엔진 1,000cc, 전장 3,600mm, 전폭 1,600mm, 전고 2,000mm다. 모닝 등 기존 경차도 이미 이 규정을 꽉 맞춰 내놓기 때문에 크기에서 차별화하기 어렵다.
예외인 부분이 전고, 차량 높이다. 캐스퍼는 전고가 1,575mm로 모닝에 비해 90mm 높였다. 이 부분이 여성 취향을 저격했다. 앉은키가 평균적으로 작기 때문에 차량 높이가 높아야 시야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적으로도 성공했다. 전면부 스키드 플레이트로 튼튼한 SUV라는 인상을 준다. 동시에 전·후면 램프는 원형으로 디자인해 개성 있는 인상을 준다.
여성 수요가 늘고 있다 보니 홍보도 다른 차들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현대차는 캐스퍼를 알리기 위해 주로 유통업계과 손 잡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파리바게뜨, 삼성물산 SSF샵 등과 협업했다. 팝업 전시장은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에 마련해 인지도를 키웠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제공 웰스매니지먼트(www.wealth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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