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법원이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33시간 만에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오는 1월 6일 전 까지 영장 집행을 통해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은 불법 무효라고 반발했으나 이번 영장 발부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한이 인정됐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대통령 경호처의 대응이다. 경호처는 체포영장 발부 직후 적법한 경호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에 공수처와 경호처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체포영장 발부에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냈다.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금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으나 야당은 공수처가 즉각 체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尹 3회 소환 불응..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발부
공수처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이 원칙.. 일정은 미정"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아울러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도 발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과 25일에 이어 29일 3차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출석요구서 등 우편 수령을 거부했고, 불출석 사유서도 내지 않았다.
이에 공수처는 30일 오전 0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약 33시간 만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체포영장 발부로 법원이 윤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7일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구속 기소하며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했으며 영장 없이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으므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공수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발부일로부터 일주일이어서 오는 1월 6일전까지 집행해야 한다.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법원이 구속영장까지 발부할 경우 공수처는 10일 이내 수사를 매듭짓고 사건을 검찰로 이첩해야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은 최장 20일(체포기간 포함)이지만, 공수처는 내란죄 기소권이 없어 기소할 수 있는 검찰과 구속 기간을 나눠 써야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병을 확보하면 인치할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구금할 장소는 서울구치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장 집행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영장 집행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오늘 집행하느냐는 질문에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영장 집행 전 윤 대통령 측과 사전에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상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면서 "여러 사정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상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처 "적법 절차 따라 경호".. 공수처 "영장 집행, 경찰과 협의"
황운하 "경호처와 충돌 가능성 제로.. 자진출석 형식으로 이뤄질 것"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집행 과정에 대통령 경호처와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 경호처는 31일 "영장 집행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관계자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고 경찰 측과 협의할 문제"라며 경찰 기동대에 인력 지원을 요청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경호처에 영장 집행 방해 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경고 공문을 보내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그런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현직 대통령인 것을 감안해 수갑을 채우는 것보다는 경호처와 협의해 자진 출석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원내대표는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영장 집행에 따른 경호처와 충돌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며 "압수수색은 공무상 비밀 혹은 군사상 비밀일 경우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지만 체포영장 집행이나 구속영장 집행은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는 수갑을 채우고 양쪽에서 팔을 낀 채 차에 태워서 압송하지만 현직 대통령인 만큼 그 부분은 경호처와 협의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측에서) '자진해서 출석하겠다'는 방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尹측 "체포영장 발부 불법, 무효" 반발.. 법원은 공수처 수사권 사실상 인정
이날 윤석열 대통령 측은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불법이고 무효라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수사권 없는 공수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본안 재판이 예상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닌 서부지방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원칙과 전례에 반하는 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사 권한 문제 등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해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법을 위반하여 불법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번 체포영장 발부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수사는 적법하고, 이와 관련성 있는 내란죄 수사도 가능하다는 법원의 일차적 판단이 나옴에 따라 윤 대통령측이 제기하고 있는 불법 수사 프레임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與 "체포영장 적절치 않아".. 당 일각서는 "자진출석 해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국민의힘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직 대통령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거나 도주 우려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더구나 (국가) 애도 기간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장 청구 절차에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응하는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있는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부분도 대단히 문제"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해 좀 더 의견을 조율해 출석 요구를 하는 것이 맞지, 체포영장이라는 비상 수단을 통해 현직 대통령 구금을 시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긴급 체포 영장이라는 것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농후할 경우 발부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어디 도망간 것도 아니고, 이미 비상계엄 관련 분들에 대한 조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여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 체포는 국격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반면, 윤 대통령이 당당하게 자진출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MBC 라디오에서 "공수처와 대통령실이 조율해서 자진출석을 하는 방향으로 정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은 "만약에 체포영장이 발부돼서 집행하려고 하고 경호실은 집행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충돌 가능성도 문제지만 국격 추락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대외 신인도 문제도 있고, 우리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채널에이 유튜브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자꾸 회피하거나 시간을 질질 끌어서 대한민국의 체통이나 국민의 자존심에 더 이상 상처를 줘선 안 된다"면서 "본인이 얘기했던 대로 당당하게 수사나 탄핵 재판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 "체포영장 발부 사필귀정.. 순순히 응하라"
조국혁신당 "오늘 당장 체포해야.. 내란 진압 첫걸음"
야권은 체포영장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사필귀정이며 윤석열의 자업자득"이라며 "체포영장 발부가, 지체되고 있는 내란 종식과 내란 세력 척결에 중대한 진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헌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해 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윤석열은 이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음을 깨닫고, 경호처를 방패 삼은 비겁한 농성을 멈추고 체포에 순순히 응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대통령 경호처를 향해 "정당한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라며 "더 이상 경호처가 법 집행을 저지하려는 시도는 결코 없어야 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내란수괴를 감싸지 말고 국가 비상 상황 수습에 적극 협조하라"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는 내란 국정조사를 진행한다"며 "민주당은 12·3 내란 사태의 위헌·위법성과 국회 침탈 과정, 책임자 발본색원 등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오늘 당장 윤석열을 체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체포영장 발부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윤석열에 의해 오염된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이라도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악용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며 "공조수사본부는 해를 넘기지 말고 윤석열을 체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 경호처를 향해 체포영장 집행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국민들께서는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할 때, 대통령실 경호처가 막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다행히 경호처는 '영장 집행이 적법 절차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이어 "경호처가 혹시라도 '적법 절차'를 엉뚱하게 해석해 내란수괴 체포를 막는다면, 경호처도 엄벌을 피하지 못할 것임을 미리 경고한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죄와 범인은닉죄에 더해 내란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시간을 지체 말고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에 즉각 나서길 바란다. 경호처는 공언한 대로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 말고 길을 열길 바란다. 그것이 아직도 '윤석열 복귀'라는 망상 속에 사는 내란세력을 진압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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