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키워드는 '겹악재'다. △철강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중국발 공급과잉 △안전 관리 문제 도마 위 등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에 벌어진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3분기 실적 추락…"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 지속"
국내 철강사 빅3인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460860)은 올해 3분기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포스코는 철강 부분 영업이익이 4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8% 쪼그라들었다. 현대제철은 515억원을 기록하며 77.4% 감소했고, 동국제강도 315억원으로 79.6% 줄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현대제철
이는 철강 업황 부진과 건설 경기 침체 등이 이어진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저가 밀어내기 수출'에 공장 폐쇄까지
국내 철강업계의 가장 큰 위기로 중국발 공급과잉이 꼽힌다. 최근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은 "2025년 글로벌 공급 과잉은 국내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수입 물품의 저가 공세, 무역에 따른 지재권 침해 등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공정한 무역 질서 확립을 위해 앞으로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적극 건의하고,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최근 철강 등 여러 업계를 중심으로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분위기에서 나왔다.
중국경제는 최근 여러 대형 경기 부양책 발표에도 장기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국 내 수요 위축에 중국은 싼 가격에 밀어내기식 수출을 하고 있어 주요 수출 대상국 경제에 심각한 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특히 철강 업계는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국 철강 수입은 지난 2020년 600만톤에서 올해 1∼9월 900만톤까지 증가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이 지난 11월19일 마지막 선재제품을 생산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 포스코
이런 위기는 철강업계의 실적에서 그대로 나타났고, 공장 폐쇄까지 이어졌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가동을 중지시켰다. 이는 모두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 증가의 여파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위기 속 사고 지속…재발 방지 총력
안전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지난달 10일과 24일 연이어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 12일 당진제철소에서 50대 근로자가 공장 외부 설비 점검 중 가스에 노출돼 숨지는 사고를 겪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벌어진 사고들이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난감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안전사고 무관용 원칙 등에 초점을 맞춰 2025년 정기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고, '설비 강건화 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현대제철 역시 재발 방지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기회의 땅' 인도, 전략 시장 낙점
국내 철강업계는 신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도를 향한 관심이 뜨거운 상태다. 시장 전망이 밝고,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로 떠오르면서다.
고로 작업. ⓒ 연합뉴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 1억9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지난 10월 인도 1위 철강기업 JSW그룹과 △철강 △배터리 소재 △재생에너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연산 5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는 것이 골자다.
현대제철은 지난 3분기 인도 푸네에서 연산 23만톤 규모의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착공해 내년 3분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강판은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 완성차 공장에 공급한다.
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 시장으로 인도를 선택해 현지 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모습이다. 또 인도 정부가 중국산 저가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에 나서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의 인도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