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세계적 흐름 속 기본권 침해 반발도 거세

[이슈메이커] 세계적 흐름 속 기본권 침해 반발도 거세

이슈메이커 2024-12-31 10:1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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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세계적 흐름 속 기본권 침해 반발도 거세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각국이 규제 방안을 마련하거나 글로벌 빅테크들은 줄줄이 보호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중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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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규제 움직임 보이는 글로벌 빅테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2024년 9월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4개국에서 청소년 안전을 위한 ‘10대 계정(Teen Accounts)’을 선보였다. 2025년 1월부터는 한국에서도 도입한다. 18세 미만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부모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부모가 자녀 계정을 보고 누구와 채팅을 주고받는지, SNS 사용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의 유튜브도 2024년 9월부터 자녀 보호 서비스인 ‘유튜브 가족 센터’ 기능을 추가 및 정비했다. 부모가 어린 자녀의 시청 기록을 확인하고 특정 콘텐츠 시청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자녀 운영 채널을 함께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청소년이 새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면 부모 계정에 알림을 보낸다.


  틱톡의 경우 ‘뷰티 필터’ 기능에 연령 제한을 두어 세계 각국 18세 미만 이용자의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다. 뷰티 필터는 영상을 찍을 때 매끄러운 피부나 긴 속눈썹, 날씬한 얼굴형 등의 미용 효과를 적용하는 기능으로 청소년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이 기능을 쓰는 청소년들이 완벽한 외모를 갖지 못했다는 불안감이나 자존감 저하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틱톡은 13세 미만 사용자를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도 개선한다. 현재 틱톡은 13세 미만 가입이 불가능하나 가짜 생년월일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적발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틱톡은 현재도 최소 연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계정 600만 개를 매년 삭제 중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Pixabay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Pixabay

 

호주, ‘16세 미만 SNS 금지’
빅테크의 이러한 조치는 전 세계적인 청소년 SNS 사용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는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25년 1월부터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법안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등 주요 SNS 플랫폼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 개설을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위반할 시 최대 5,000만 호주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호주에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된 건 청소년 폭력·혐오 사건 원인 중 하나로 SNS가 지목되면서다. 2024년 4월 시드니의 한 교회에서 16세 소년이 성직자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졌는데, 이 소년이 속한 극단주의 단체는 SNS를 통해 세력을 확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법안 통과 후 기자회견에서 “플랫폼들은 이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과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호주의 젊은 세대가 더 나은 결과를 얻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지지도 높다. 로이터통신은 호주 여론조사에서 77%가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과 기타 비민주적 정권을 제외하고 가장 엄격한 인터넷 사용 제한”이라고 평가하며,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영국은 아동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는 플랫폼 기업에 최대 1,800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하는 ‘온라인안전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도 14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프랑스는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도 16세 이하 청소년의 SNS 사용을 규제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25년 1월부터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Chad J. McNeeley/U.S. Secretary of Defense/Flickr


법안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
하지만 법안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이유로 여권과 같은 공식 문서를 이용한 연령 확인 방식을 제한한 상태다. 그렇지만 연령 확인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메타는 “법안이 연령 확인 기술의 현실적 한계를 간과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자녀가 부모 이름으로 SNS에 가입하는 등 편법을 쓸 수 있고, 폐해가 더 심각한 다크웹으로 옮겨가는 청소년이 늘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유해 콘텐츠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일부 SNS가 규제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유튜브는 건강 및 교육 관련 플랫폼으로 간주해 규제에서 제외됐으며, 왓츠앱과 디스코드 같은 서비스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규제를 받게 된 SNS 기업은 거세게 반발했다. 일론 머스크 엑스(X)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호주 국민의 인터넷 접근을 통제하는 은밀한 방식으로 보인다”고 비판했고, 메타는 “법을 존중하겠다”면서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충분한 사안 검토와 청소년 의견 반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역시 “성급하고 실행 불가능하며, 많은 질문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니세프도 “이번 법안이 청소년을 더 어둡고 규제되지 않은 온라인 공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이티 마스키엘 유니세프 호주 아동 권리 정책 책임자는 “청소년 계정 개설을 금지하는 대신 SNS 기업이 연령에 적합하고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제공하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2025년 1월부터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Chad J. McNeeley/U.S. Secretary of Defense/Flickr
SNS 규제 초강수에 나선 호주의 움직임으로 인해 X 같은 SNS 기업들을 보유한 미국과의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Daniel Oberhaus/Flickr

 

한국도 SNS 이용 제한 입법 논의 중
그러함에도 전 세계적으로 10대의 소셜미디어 이용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SNS 중독와 혐오 콘텐츠 노출, 온라인 사기,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등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24년 11월 프랑스에서 7개 가족이 틱톡에 집단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이들 가족의 자녀 7명 중 2명은 자살했고 4명은 자살을 시도했고 1명은 거식증을 앓고 있는데 유가족들은 틱톡이 자살·자해·섭식 장애를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SNS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매일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과 불안을 겪을 확률이 2배 높다는 미국 보건당국의 보고서도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교육적 접근과 함께 실행 가능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Pixabay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교육적 접근과 함께 실행 가능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Pixabay


  한국에서도 SNS에 빠진 아이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4년 새 SNS에 자살 유발 정보가 올라왔다는 신고가 9배 이상 늘었고, 이는 아동·청소년 자살률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다른 불법 행위로 이어지는 창구가 되기도 해서 청소년들이 SNS에 올라온 광고에 혹해 온라인 도박에 빠지거나 마약을 구매하는 일도 발생한다. 딥페이크 범죄는 피의자의 70% 이상이 청소년인데, 대부분 SNS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퍼뜨리다가 적발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 가입을 거부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와 같은 청소년의 안전과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SNS 규제는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실효성과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교육적 접근과 함께 실행 가능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건강한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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