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충돌… "의안 금지 가처분 vs 주주가치 제고 외면"

MBK-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충돌… "의안 금지 가처분 vs 주주가치 제고 외면"

머니S 2024-12-31 09:08: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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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사진=김금보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사진=김금보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이 이번엔 집중투표제 도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고려아연이 내달 23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기로 하자 MBK가 이를 금지해달라며 가처분을 낸 것이다. 고려아연은 MBK가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 도입마저 반대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MBK는 다음달 고려아연의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제2호, 제3호 의안상정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은 지난 10일 집중투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 개정안을 제안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조건으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도록 청구했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주는 이사 후보자 1명 또는 여러 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 10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10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여러 이사 후보에게 분산해서 투표할 수도 있고 전부 한 명의 후보에게만 몰아줄 수도 있다.

현재 영풍과 합한 MBK의 지분율이 경영권 분쟁 상대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앞서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MBK 측의 의결권이 크게 낮아진다.

안건을 제안한 유미개발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특수관계인 회사로 분류된다. 이에 MBK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MBK는 유미개발의 집중투표제 청구가 상법 제382조의2에 따라 적법한 집중투표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상법에서는 집중투표청구에 대해 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할 시점에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없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유미개발이 주주제안을 한 12월10일 이전에 회사 정관에 집중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하는 것은 최대주주인 MBK의 임시 주총 소집청구권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MBK가 임시 주총 안건으로 제시한 이사 선임 안은 '보통결의 방식'으로 결의를 한다는 것이 요체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변경의 건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 이사후보 추천이 없는 집중투표청구만을 한 뒤 고려아연 측이 이사 후보를 추천, 집중투표방식으로 이사선임 안건을 상정하도록 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MBK는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하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MBK가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맞선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이 안건의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 모두 법적으로나 절차적인 문제가 없다는 게 고려아연의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상장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은 상법상 적법한 행위"이라며 "이러한 조건부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다른 기업의 수많은 선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주주 제안은 아무런 법적 문제나 하자 없이 실제 주총에서 여러 차례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앞서 대법원도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은 그 결의가 있는 때에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근거로 결국 가결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른 주주제안을 사전에 하는 내용의 조건부 집중투표 역시 합법적이며 적법하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특히 집중투표제가 시장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로 평가받는 점을 근거로 MBK가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자신들의 이익과 배치될 경우 언제든지 내팽개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가처분의 저의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환경오염 위반에 따른 대법원 확정판결과 정부의 조치에 따라 조업정지 58일이라는 행정처분을 받게 된 날 비슷한 시간에 가처분 제기 보도자료를 낸 의도 역시 의구심을 자아낸다"며 "자신들의 허물을 다른 이슈로 돌리기 위한 전형적인 여론플레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임시주총 신청한 사실을 시장과 주주, 정부 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울산시민을 포함한 온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 대신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건을 통해 정당한 지지를 받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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