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산업 연말결산 ④ 배터리업계] '사면초가' K-배터리... 트럼프 재집권에 내년도 '먹구름'

[2024 산업 연말결산 ④ 배터리업계] '사면초가' K-배터리... 트럼프 재집권에 내년도 '먹구름'

뉴스락 2024-12-31 08:23:33 신고

3줄요약

[뉴스락] 배터리업계가 올해 멕을 못 췄다.

지난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약 70조에 달하는 역대급 매출고를 올렸던 것이 무색하게 올해 성적표가 초라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을 비롯한 중국의 저가공세 등 만연한 시장 불확실성에 따라 성장세의 저지는 물론 후퇴까지 당한 모습이다.

그나마 성장의 발판이었던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수혜도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권에 따라 폐지 혹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근심이 가득하다.

<뉴스락> 은 배터리 3사의 2024년을 되돌아보고 내년을 조망한다.

2024 산업 연말결산 ④ 배터리업계. [뉴스락]
2024 산업 연말결산 ④ 배터리업계. [뉴스락]

3社, 3분기 영업익 합 전년 比 72.15%↓... R&D투자는 '계속'

배터리 3사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편집]
배터리 3사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편집]

올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캐즘 영향을 직격타를 받은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배터리3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의 합은 37조35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14%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의 경우 71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조5527억원 보다 72.15%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으로부터 받은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을 제외한다면 실제 수익성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대표 김동명)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9조1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009억원으로 1조8250억원에서 절반이상 줄었다.

삼성SDI(대표 최주선)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3분기 누적 매출 13조5167억원, 영업이익 6775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9.5%, 47.5% 떨어졌다.

SK온(대표 이석희)는 올해 3분기 적자늪에서 빠져나왔지만,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이래 누적 영업손실은 2조7357억원에 달한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4조6679억원, 영업손실 7676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4.1% 줄고 적자폭은 2000억원 가량 늘었다.

3사의 줄어든 공장가동률도 눈에 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적으로 70% 이상의 가동률을 보여줬지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50%선을 무너뜨리면서 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LG에너지솔루션 59.8%, 삼성SDI 68%, SK온 46.2% 순이다.

다만 역대급 위기에도 미래성장동력인 기술력을 위한 R&D(연구개발)투자는 대부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려갔다.

R&D투자금액은 삼성SDI가 가장 높았다. 올해 3분기 기준 98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64억원 대비 18% 늘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연구개발비용 7953억원으로 전년 7304억원에 비해 650억원(8%) 가량 투자금액을 늘렸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2207억원에 비해 올해 2105억원을 투자하면서 5%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3사가 불황에도 투자를 늘려가는 이유는 배터리가 미래 먹거리란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캐즘이 끝나며 회복세에 들어갔을 때를 대비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술력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경영 체제 돌입...  전기차 안 돼면 'ESS' 사업다각화 분주

NCA 배터리와 LFP 배터리 성능 비교. 에너지 밀도가 높고 무게가 덜 나가는 NCA 배터리는 전기차에 적합한 반면, 공간 제약이 덜하고 가격과 안전성 등의 이유로 ESS 시장에서는 LFP배터리를 선호한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뉴스락] 
NCA 배터리와 LFP 배터리 성능 비교. 에너지 밀도가 높고 무게가 덜 나가는 NCA 배터리는 전기차에 적합한 반면, 공간 제약이 덜하고 가격과 안전성 등의 이유로 ESS 시장에서는 LFP배터리를 선호한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뉴스락] 

배터리업계는 불황터널을 견디기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SK온은 지난 7월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2조 7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시작으로 만만치 않은 시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올해 임원 연봉을 동결하고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C레벨 임원 3명을 이사회 판단 아래 언제든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임원들의 이코노미석 탑승과 오전 7시 출근 등의 비상경영 이전부터 시행해온 것은 유지하며, 직원들의 재택근무 제도는 폐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허리띠를 졸라멨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 20일부로 '선제적 대응을 위한 전사 차원의 위기 경영 도입'을 선언했다. 

이창실 CFO(최고재무책임자)와 김기수 CHO(최고인사책임자)는 사내 메세지를 통해 "회사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전기차 시장 캐즘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각국의 친환경·에너지 정책 변화 등으로 경영 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연간 천억원에 달하는 출장비 절감을 위해 화상회의 활성화와 2인 이상 동반 출장을 지양하고 출장비 예산 30% 축소,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 탑승, 전체 사무직 대상으로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실시하고 신규 증원 및 퇴직 충원 중단 등의 방안을 내놨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캐즘이라는 첫 위기에 수익성 악화 방지책을 위한 사업다각화에도 분주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리튬이온배터리(LIB)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7% 성장한 400억 달러(53조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LIB ESS 시장은 오는 2035년까지 연평균 10.6% 성장해 800억 달러(10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포텐셜이 높은 ESS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려 전기차 캐즘의 대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다만 ESS 시장에서는 리튬인산철(LFP)배터리가 각광받고 있는 점이 문제다. K-배터리가 기술 우위를 점한 니켈·코발트·망간(NCM)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성능이 좋지만 가격과 안전성 부분에서는 LFP배터리에 밀린다. 

결국 전기차 배터리로는 적합하지만, ESS 배터리로는 LFP배터리가 가성비가 좋다는 뜻이다. 이에 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에서 양산하는 LFP ESS 셀의 에너지 밀도를 20% 이상 개선한다. 내년 미국에서 ESS 양산을 추진하고 유럽에서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일부 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전력용 ESS 제품에 들어갈 배터리 라인업에 LFP 배터리를 추가하고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배터리와 '투트랙' 전략으로 ESS 시장 공략에 나선다. 또한 미국에 LFP 배터리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온 역시 이달 ESS 사업을 이석희 대표 직속으로 독립 편제하고, 2026년 LFP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 ESS 시장은 LFP 배터리 강자인 중국업체들이 대부분 점유한 상태"라며 "배터리사들이 ESS 시장 공략을 위해 LFP 배터리에 몰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술력으로 정면승부"... 배터리 3사, 기술통 전진배치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최주선 삼성SDI 대표, 이석희 SK온 대표.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최주선 삼성SDI 대표, 이석희 SK온 대표.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삼성SDI 수장에 최주선 대표가 선임되면서 배터리 3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재무·전략통'에서 '기술통'으로 교체됐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및 이석희 SK온 대표 역시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인으로, 입증된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시장이 주춤하면서 무리한 투자확장보다는 기술력 확보를 통한 내실다지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배터리를 비롯한 선진 기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고체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상용화에 상공할 경우 미래 배터리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1명, 전무 2명, 상무급 11명 등 총 14명의 승진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인사는 R&D 경쟁력 제고와 제품·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에 초첨을 맞춘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출신의 새 수장을 세운 삼성SDI도 이번 인사에서 기술력에 방점을 뒀다. 차세대 전고체 전지 양산화 추진 공로를 인정받은 박규성 부사장이 승진되면서, 기술 우위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연령과 연차에 상관없이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차세대 리더들을 과감하게 발탁했다"며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지속가능한·친환경 미래 사회 구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업무 실행력을 높이고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로 ‘운영총괄’을 신설하고, 산하에 기획조정·경영전략·재무·구매 조직을 편제했다.

운영총괄 임원에는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SK그룹 내에서 다양한 사업 경험을 쌓은 신창호 SK㈜ PM부문장을 선임했다.

CPO(최고생산책임자)는 ‘제조총괄’로 명칭을 변경하고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에서 반도체 제조 경험과 역량을 쌓은 피승호 SK실트론 CSS 대표를 선임했다.

SK온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조직별 기능을 보다 효율화하고 시장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판매와 R&D 기능을 포함한 전사 조직의 구조와 업무 체계를 고객 및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4분기 실적, 컨센서스 하회 전망... 내년도 트럼프發 '먹구름'

주요 시장 별 배터리 수요 전망. 사진 한국신용평가 리포트 ‘2차전지: 수요둔화, 과잉설비, 정책 불확실성의 삼중고’ 발췌 [뉴스락]
주요 시장 별 배터리 수요 전망. 사진 한국신용평가 리포트 ‘2차전지: 수요둔화, 과잉설비, 정책 불확실성의 삼중고’ 발췌 [뉴스락]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3사의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하회하거나 적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올 4분기 매출을 6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수치다. 특히 영업손실 2584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매출 6조8000억원·영업손실 118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ESS 전지 모두 예상보다 약한 수요로 판매가 부진했고, 수익성 좋은 GM으로의 판매(AMPC) 역시 전분기보다 33% 둔화돼 마진이 약화 될 것"이라며 "이외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도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 역시 기존 추정치를 하회할 것으로 봤다.

DB금융투자는 삼성SDI의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7% 감소한 4조원, 영업이익은 AMPC(세액공제) 156억원을 반영해 631억원으로 컨센선스를 55%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11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SK온은 다시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되나 내년부터 북미 중심 전기차 시장 회복 등으로 펀더멘탈(기초여건)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이 이미 저점을 통과했고 (SK트레이딩인터네셔널·SK엔텀)합병 이후 이익 체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 하나금융연구소 [뉴스락] 

내년 전망도 어둡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JV 신공장 가동 및 유럽 CO₂ 규제 강화 등으로 수요가 성장할 수 있지만, 중국과의 경쟁 심화 및 LFP 등 중저가 제품 생산 공백 등으로 부진한 업황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소재 가격 하락세가 전년대비 완화되고 ESS 등 신구 매출이 늘어나며 성장성 및 수익성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K-배터리에 악재로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공화당 상·하의원 과반이상을 확보하고 레드스윕을 달성해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강화됐다"며 "행정명령으로 실행 가능한 온실가스 및 연비규제 완화나 IRA 시행세칙 조건 강화 등의 가능성이 높아졌고, 세액공제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3사를 지탱하던 AMPC에 차질을 빚을 경우 전기차 캐즘 시기 가운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미국은 낮은 EV 보급률, 미-중 갈등에 따른 수혜로 유럽보다 성장성이 높아 여전히 핵심 시장"이라며 "정책 변화에 상관없이 자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LFP등 중저가 라인업 확대·공급망 다변화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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