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올해 은행권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대출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며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를 비롯해 배임·횡령·사기 등, 각종 금융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이와 함께 전(全) 산업군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진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하면서 슈퍼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한스경제> 는 은행권의 2024년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편집자> 한스경제>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과 비금융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은행권의 슈퍼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의 KB스타뱅킹이 1300만명에 달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유하며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신한금융·NH농협금융은 기능과 편의성을 고도화하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이달 초 금융·비금융·생활서비스를 한 데 모은 ‘우리WON뱅킹’을 출시했다.
은행권의 슈퍼앱이 다양한 기능을 한 곳에 모은 일명 '만능'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차별화된 슈퍼앱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일, 단순 뱅킹앱을 넘어 전 그룹사 핵심 서비스를 모두 담은 유니버설뱅킹앱 NEW(뉴) ‘우리WON뱅킹’을 새롭게 출시했다.
5년 만에 전면 재구축된 우리금융 슈퍼앱 'NEW 우리WON뱅킹’은 기존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유니버설뱅킹 기능을 새롭게 탑재됐다. 유니버설뱅킹은 은행의 예금·대출과 같은 고유업무 외에 증권이나 보험 등의 금융·비금융서비스를 포함하는 뱅킹서비스를 말한다.
'NEW 우리WON뱅킹'은 은행은 물론 카드·캐피탈·증권·저축은행의 주요 서비스를 모두 담았으며, ‘금융의 모든 것을 나를 중심으로 제공한다’는 사용자 중심의 고객경험(UX) 설계를 적용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우리WON모바일 알뜰폰 서비스 △우리투자증권 주식거래 서비스(MTS) 등의 신사업과 신규 서비스도 내년 상반기 내에 'NEW 우리WON뱅킹’에서 새롭게 제공할 예정이다.
주요 금융그룹의 슈퍼앱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는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그룹의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슈퍼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80여 개 핵심 서비스를 연결하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식·카드· 자동차·통신 등의 10가지 카테고리로 제공해 진정한 허브(Hub)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 전반에 걸친 맞춤형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디지털 플랫폼의 3T(Traffic-고객유입·Time-Sharing-체류시간· Transaction-금융거래 확대:많은 사람이 오래 머물고, 자유 사용하는 킬러 콘텐츠 개발)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KB스타뱅킹의 MAU는 1262만2000명으로 1300만명에 육박했다. 2022년 9월(1162만명) 대비 100만명 증가하며 꾸준히 신규·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KB스타뱅킹 가입자는 2213만명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모바일앱인 '하나원큐'를 통해 관계사들과 연계해 은행은 물론, 증권·카드·보험 등 금융과 비금융을 통합한 서비스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원큐'는 하나금융 관계사들과 연계를 통해 주식 거래·보험 진단·카드 거래 등, 다양한 금융 거래를 SSO(Single Sign On·한 번의 로그인으로 여러 개의 서비스 이용)로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 등의 금융서비스 강화를 비롯해 비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3분기 기준으로 '하나원큐' 가입자수는 1634만9000명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그룹사 금융 앱의 핵심 기능을 탑재한 슈퍼앱인 '신한 슈퍼SOL'을 출시했다. 신한금융의 주요 그룹사인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저축은행 등, 5개사 금융앱의 핵심 기능을 결합해 ‘한 곳에서 빠르게’, ‘다양한 기능을 융합해 편리하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고객 인증 채널 다양화 등 편리한 가입 정책을 적용했으며 알림 및 조회 기능 등 주요 메뉴 속도 개선, 전용 상품 라인업 확대(통장·적금·보험) 등을 통해 플랫폼 고도화 및 서비스·상품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이에 3분기 기준, 가입자수는 560만명으로 2분기(481만명) 대비 16%(79만명)가 증가했다.
NH농협금융은 ‘NH올원뱅크’를 중심으로, 생활과 금융이 하나로 연결되는 슈퍼플랫폼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NH올원뱅크는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금융 영역 전반에 걸친 핵심 서비스는 물론 공동구매·전기차 충전 등의 생활 편의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펀드·연금 등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산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개편했고, 부동산·모빌리티·헬스케어·펫케어 등의 생활서비스도 대폭 확대했다. 3분기 기준, ‘NH올원뱅크’ 가입자수는 1133만명이다.
NH농협금융은 차기 NH농협은행장으로 디지털 부문 전문가로 꼽히는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내정해 슈퍼앱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 임추위는 강 내정자에 대해 "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지주회장과 함께 뱅킹 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섰던 디지털 전문가이다"며, "내년에 디지털 혁신 주도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주요 경영전략을 적극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슈퍼앱이 보편화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시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의 슈퍼앱 진출은 앱 단일화를 통한 금융서비스 관련 고객 편익 증가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여러 금융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만능'에 집중하기보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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