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내란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2024-12-30 20:58:25 신고

3줄요약

12.3 내란 때문에 올해는 일상의 '마무리'도 하지 못할 모양이다. 내란 가담자와 동조자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든 그렇지 않든, 사실상의 내란 상태는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논리도 염치도 능력도 기대할 수 없지만, 내란과 폭력이란 본래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하면 차라리 정신이 퍼뜩 든다.

주위를 돌아보면 누구나 한탄하듯 말한다. '우두머리'부터 동조자, 선동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조차 하지 않은 데다가 '뻔뻔하게' 내란을 옹호하는 꼴이니,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맞나 싶다. 오죽하면 외계인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 사태의 원인과 발단을 어이없어하는 것, 예외적, 우발적인 것으로 보는 것, 개인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누구는 좀 다를 것이다", "평소 합리적이었다", "이런 말도 한 적이 있다" 등의 인상 비평과 직관적 판단도 계속 실패하는 중이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공유한다고 믿었던 최소한의 가치, 규범, 정상성 기준은 아예 없었거나 우리가 오해한 것이었다. 현실은 상식의 범위를 진작 넘었다.

또 한 가지, 그들은 세력이며 집단이다. 예외 사례 또는 일탈한 개인이 아니라 구조이고 권력이며 집단이다. 나름의 기준으로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행위 주체임이 틀림없다. 그 경계를 '아비투스', 왜곡된 이데올로기, 또는 '악의 평범성', 그 무엇으로 불러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 국면이 마무리가 아니라고 보는 이유이다. 어떤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듯 보일 수 있어도, 그것으로 내란이 종결된다고 볼 수 없다. 실재하는 구조이고 권력인 한, 새로운 구조가 구축되고 권력관계가 변화할 때까지 이 싸움은 지루하게 계속될 것이다.

그들이 판단과 행동의 기준으로 삼은 '집단 이성'은 사익(私益)이다. 내란 우두머리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유, 그리고 내란을 실행한 이유가 사사로운 이해관계라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내란에 참여한 군인들은 말을 보탤 필요도 없는 것이, 내내 인사권과 승진을 내세웠다고 하지 않는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도 말로는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면서 사익을 앞세운 (무)결정으로 내란 상태를 연장하고 서슴없이 공익을 훼손한다. 툭하면 등장하는 '고심한다'라는 표현으로부터 그들 사이에 촘촘하게 연결된 권력, 돈과 이익, 일자리와 경력, 사회적 지위의 네트워크 또는 부르디외가 말하는 '장(場)'과 아비투스가 눈에 선하게 보인다.

우리는 국가 권력의 영역에서 거대한 사익 집단을 구성하고 키워온 결과로 오늘 '지속하는 내란' 사태를 맞게 되었다고 본다. 일차적으로 이 사익 집단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정당과 국회의원, 군대, 검찰과 경찰, 언론, …(다 열거하지 못한다) 등을 망라한다. 물론, 국가와 공공 영역까지 사익 추구가 규범이 된 현재 상황은 그냥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깊게 그리고 멀리서 연원을 찾자면, 모든 행위 주체의 사익 추구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는 물적 토대, 그리고 이로 인한 거의 모든 것의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로 연결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사화는 이제 공기업이나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정도가 아니라, 국가, 국가 권력, 정치, 공공성 그 자체를 사사로운 이익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사실 국가권력의 사사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오히려 꾸준히 확대되고 강화되었다고 할 것이다. 추세적이라는 점에서도 구조적이다. 개인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회의원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개인이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 관료가 정책을 왜곡하는 현상은 익숙하지 않은가. 물론, 이번 내란 사태는 그 모든 국가 권력의 사사화가 종합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 작동한 결과이자 과정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국가의 사사화'와 이를 내면화한 공적 행위자가 이 내란을 유발하고 지속하는 것이라면, 내란의 직접 피해자이자 잠재적 피해자인 '우리'는 좀 더 멀리까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국가와 국가 권력, 정치와 현실 정치, 나아가 모든 '사회적인 것'의 사사화는 구조이자 경향이며 또 다른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 2024년 내내 '시민건강논평'을 성원해주신 독자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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