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선정한 ‘10대 소비자 뉴스’를 보면서 2024년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속담으로 표현하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온라인쇼핑의 대표주자인 티켓몬스터와 위메프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소 사업자에게 1조3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히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소비자의 피해 보상을 위해 며칠 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이미 회생절차에 들어간 티메프가 적극적으로 보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연대책임을 사업자인 판매사와 결제대행사도 조정안을 수용할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소셜커머스 시대를 선도했던 거대한 쇼핑몰이라는 ‘믿는 도끼’에 우리 소비자는 제대로 ‘발등을 찍힌’ 셈이다.
연초 정부의 의사 인력 증원 발표 이후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립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이 무너지고 있고 소위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다.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문제가 많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료 서비스라는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부디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이 밖에도 물가 불안과 겹친 초저가 전략의 C-커머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이에 따른 유해물질 검출, 소비자 피해 해결 창구의 미비,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이 심각한 소비자 문제로 대두됐다. 또 전기차 화재나 급발진 사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졌지만 관련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의 전환이 핵심인 제조물책임법의 개정(일명 ‘도현이법’)은 소비자의 숙원 과제다.
소비자상담건 중 가장 많은 품목인 구독서비스, 특히 헬스장과 유사투자자문서비스의 중도 해지 및 환불 문제는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과 행정기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무료인 줄 알았는데 유료로 전환된 사례, 가입 사실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가입된 사례, 가입 후 해지가 너무 어려운 사례 등 다크패턴(Dark Pattern) 상술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소비자로서 2025년에는 이런 뉴스가 많았으면 좋겠다. 사업자는 공정하게 판매하고, 소비자는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뉴스, 정부와 의료계의 대타협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는 뉴스 말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사업자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생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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