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경찰과 국방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30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할 경우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이뤄지게 된다. 이르면 오늘 밤 늦게 체포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올해 마지막 날 윤 대통령이 체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불법적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인 만큼 체포 요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尹, 공수처 소환 3차례 불응.. 검찰 '김용현 공소장'에 '내란 혐의' 뚜렷
경찰 "尹, 체포영장 발부되면 거부할 사유 없다"
공조수사본부는 30일 오전 0시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공조본은 앞서 지난 18일과 25일에 이어 29일까지 3회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이 아무 대응 없이 불출석함에 따라 체포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노태우,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바 있지만 모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였다.
이는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불소추 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내란 수괴'로 지목되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등 강제수사는 헌법과 법률에 문제가 없다.
이에 따라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공수처 수사권 범위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지난 27일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에서 밝힌 것처럼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는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세차례 소환에 불응했다.
이에 법원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중대한 범죄로 본다면 체포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높지만 도주 우려가 없는 현직 대통령이란 점을 감안해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권이 공수처에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상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이 법 적용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영장을 내준 것이라 볼 수 없다. 법 체계의 혼란이 있는 것"이라고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를 수사할 수 있고,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도 수사할 수 있어 수사권이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수처는 같은 논리로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내란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할 경우 경호처와 충돌도 변수다.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에 대한 경호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앞세워 체포 영장 집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실 등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여러차례 막아섰다. 지난 11일과 17일, 18일 공조본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의 비협조로 자료 확보에 실패했고, 27일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가와 용산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불발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에 대해 "체포영장의 집행을 거부할 사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윤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겠지만, (그전에) 체포영장이 발부된다면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하면서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어 충분히 검토한 후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해서 집행할 것"이라며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압수수색은 군사상 기밀이란 이유로 비협조를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구속·체포영장은 그러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체포를 막는다면 수사기관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기반으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한덕수 등 국무위원 9명 수사.. 최상목·심우정도 고발돼 입건
경찰 특수단은 윤 대통령과 함께 내란 혐의 피의자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경찰 특수단은 앞서 한 총리를 대면 조사 형식으로 한 차례 조사한 바 있다.
2차 조사에서는 한 총리가 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한 시점에 대한 사실 확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은 지난 26일 "계엄 건의와 관련해 사전에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12월 3일 오후 9시경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직접 듣기 전까지 관련한 어떤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국무위원 중 윤 대통령과 한 총리, 국무위원 9명을 비롯해 계엄 국무회의 배석자인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12명은 전원 고발돼 입건된 상태다. 이들 외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계엄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출입 통제와 관련해 고발돼 입건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심우정 검찰총장,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인 박세현 서울고검장,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입건됐다.
시민단체인 촛불행동은 이들을 내란 모의 참여와 실행 방조, 내란 예비 및 음모,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尹측 "내란 수사권 없는 공수처 체포영장 불법".. 법원에 의견서
윤 대통령 측은 30일 이번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공수처법상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해 불법인 만큼 각하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헌 문란의 목적이나 폭동이 전혀 없었으므로 범죄 혐의의 상당성이 없고,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즉,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지시를 내렸을 뿐, 일선에 있는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는 현장 상황 파악 내지는 격려 차원에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직권남용죄와 비교하면 내란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 범죄인데, 그런 가벼운 범죄를 갖고 내란죄 관련성을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꼬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몸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해괴한 논리"라고 말했다.
또,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므로 해당 절차를 통해 사건 진상이나 사실관계가 규명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 또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소환 불응이 아니라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난립 속에 중복 소환은 물론 단기간 내 소환이 반복됐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변 안전이나 경호 문제 등에 대한 협의·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환이 이뤄진 만큼 응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윤 변호사는 "일반 형사 사건에서도 당사자와 논의해 일정을 감안해서 출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음에도 체포영장을 군사작전 하듯 심야에 청구했다"며 이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민주 "내란 공포서 벗어나게 해달라" 혁신당 "경호처도 협조해야"
야권은 공조본의 체포 영장 발부와 관련해 '내란죄를 단죄하기 위해 반드시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내란 수괴 윤석열은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혀놓고 계속해서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해 왔다"며 "내란죄를 단죄하고, 내란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잠재우려면 강제 수사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국민의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려고 내란을 일으켜놓고 나라야 어찌 되든 자신의 안위만 살피는 무책임한 태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내란 수괴에 대한 법의 심판 없이 내란은 끝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여전히 내란 수괴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고, 내란 세력들은 수사를 방해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 수괴의 체포와 강제 수사는 내란 종식과 일상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를 비롯한 공조본은 내란 세력의 저항에 굴하지 말고 하루속히 내란을 단죄하라는 민의를 받들어 무소의 뿔처럼 수사에 진력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도 같은날 논평을 통해 "경호처는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하면 공무집행 방해이자 내란동조로 처벌받을 것"이라며 "경호처는 자신들이 꼭꼭 숨겨주고 있는 자가 과거 했던 말처럼 사람에게 충성하지 말고 국민과 법률에 충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변인은 박종준 경호처장을 향해선 "제2의 차지철이라는 역사적 오명을 쓰지 않길 바란다"고 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는 "본인이 그토록 강조한 경제 및 대외신인도를 위해 내란수괴 체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 아닌가. 자신의 말이 진심이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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