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들어설 백령공항의 활주로가 길이가 최소 기준치에 맞춰져 짧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안팎에선 최근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짧은 활주로 길이가 꼽히는 만큼, 백령공항의 활주로 길이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국토교통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2030년 개항을 목표로 3천900여억원을 들여 백령면 솔개지구 82만㎡에 백령공항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획재정부 의뢰로 백령공항 건설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활주로 길이가 최소 기준인 1천200m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령공항은 80인승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C 등급 공항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상 3C 등급 공항의 활주로 길이 기준치는 1천200m 이상 1천800m 미만이다.
이처럼 백령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최소 수준인 이유는 국토부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공항 등급을 상향하면서도, 활주로 길이는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부는 50인승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2C 등급으로 공항을 만들 계획이었다가 3C 등급 공항으로 규모를 확대하면서도 활주로 길이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놓고 지역 안팎에선 백령공항의 안전성 우려가 크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인명 피가 커진 이유 중 하나로 짧으 활주로 길이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3C 등급인 베트남 까마우공항의 경우 1천500m, 폭 30m의 활주로를 갖춘 데다 이를 각각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무안 여객기 참사의 경우 활주로 길이가 짧은 것도 인명 피해가 큰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며 “새로 만드는 백령공항은 안전을 위해 충분한 활주로 길이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 기준보다 최소 300m는 더 길게 만들어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주민 심효신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장(61)도 “백령공항은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안전하지 못하다면 이용객이 줄어 있으나 마나”라며 “정부가 현재 활주로 길이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무안 참사로 인해 백령공항 등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안 참사가 수습된 뒤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8일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약 2.8㎞로, 이 역시 다른 같은 규모 다른 공항 대비 800~900m가량 짧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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