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소비심리 위축에 내수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경제·산업계가 매우 힘든 한해를 보냈다. 특히 트럼프2.0이 가져올 불확실한 세계 경제에 계엄 이슈까지 겹치면서 고환율‧고물가가 대한민국을 한층 더 암울하게 만들고 폴리뉴스는 올 한해 경제 및 산업계 주요 이슈를 돌아보며 결산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폴리뉴스 이태윤 기자] 2024년 국내 배터리업계는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전기차 캐즘(CASM)부터 화재,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업계에 좋은 소식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특히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외국산 전기자동차가 일으킨 대형 화재는 국내 잠재 고객에게 '전기차 포비아(공포현상)'를 불러왔다.
전기차 화재로 불거진 안전성 우려
지난 8월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전기차 시장을 강타했다. 벤츠 EQE 350 차량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배터리 관리장치(BMS)에서 화재 원인을 찾으려 했으나, BMS가 화재로 영구 손실되어 정확한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배터리 팩 내부의 절연 파괴나 외부 충격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결국 '원인 불명'으로 결론났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화와 안전성 관리 강화에 나섰다. 업계도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새로운 배터리 폼팩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충격 저항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각형 배터리가 주목받으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70.9%에서 올해 78.3%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각형 배터리의 알루미늄 케이스가 제공하는 우수한 보호성능이 안전성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업체 독주에 흔들리는 K-배터리
올해 1~10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으로 대표되는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로, 전년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BYD)는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테슬라,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국내 배터리 업계도 각형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차세대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으며, 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시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 각형 배터리의 품질 강화에 집중하며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SK온 역시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다수의 완성차 업체와 양산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 2기 정책 변화 예고에 업계 긴장
미국 차기 정권의 배터리 산업 재편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2기 인수팀은 글로벌 배터리 소재에 대한 포괄적 관세 부과와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국가의 배터리 소재에 우선 관세를 부과한 뒤, 동맹국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예외를 부여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흑연, 리튬,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공급망 재편이 예상된다. 이는 배터리 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이자 안보 자산으로 인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더불어 인수팀은 기존의 전기차 충전소 건설 예산을 배터리·소재 가공과 국가 방위 공급망 구축으로 전 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미국이 배터리 산업을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차별화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구체적인 관세율과 예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향후 협상 과정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지형도를 크게 바꿀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과 전략적 포지셔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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