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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데이터분석업체 뱅크레그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신용카드 대출업계의 올해 9월 기준 누적 악성 연체 대출 탕감액이 46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급증한 규모로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금융사들은 대출자가 빚을 갚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손실로 처리하며 대출액 탕감액이 많다는 건 그만큼 회수 자금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각한 대출 불안을 관찰하는 척도인 셈이다.
마크 잔디 모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경제학자는 “고소득 가구는 문제가 없지만, 미국 소비자 중 하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계층은 재정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며 “이들의 저축률은 현재 0%”라고 짚었다.
이는 미 경제가 2분기 연속 3%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나홀로 성장세를 기록하는 경제지표와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채무 불이행의 급격한 증가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T는 주요 은행들이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초기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신용카드 대출업체인 캐피탈원에 따르면 전체 대출 중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분류된 대출의 비율인 연간 신용카드 상각률이 11월 기준 6.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2%보다 0.9%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금융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부채 잔액도 지난해 중반 이미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신용 카드 청구서를 전액 갚지 못한 미국인들은 지난 9월까지 최근 1년간 지불한 이자만 17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채무 탕감의 전조로 여겨지는 신용카드 연체율은 7월에 정점을 찍은 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 해의 평균보다 약 1%포인트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FT는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 있던 잉여 현금의 일부를 빨아들였고, 그 결과 더 많은 대출자들이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고금리로 인한 가처분 소득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 18일 시장 예상대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애초 내년에 0.24% 금리 인하를 총 4회 단행할 것이란 기존 전망과 달리 2회만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모든 수입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수입 물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소비자 신용조사업체 월렛허브의 오디세아스 파파디미트리우 책임자는 “대출 연체는 앞으로 더 많은 고통을 예고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광범위한 관세 위협은 내년 소비자들에게 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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