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국내 건설업계는 심각한 자금 부족 문제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에 따르면 2022년에는 대출 증가율이 30%에 달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그 수치가 0%대로 급감했다. 이는 건설업 불황과 일감 감소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건설 수주액은 155조28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했다. 정부는 공공 수주를 늘리려 했지만 민간 수주는 오히려 줄어들어 전체 수주액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상황은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시작할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며, 이미 착공한 사업장들은 대부분 공사가 완료돼 필요한 대출을 이미 받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올해 초 태영건설 사태 이후 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를 높여 대출이 어려워졌고, 이는 대형 건설사들조차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일반적으로 분양을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해 공사비를 은행 대출로 충당하는데, 건설경기가 악화되면 수주가 줄어 대출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도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내년 건설 수주액은 210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올해 1~10월 누적 건설 수주액이 155조2821억원임을 감안할 때, 연말에 높은 수주액을 기록하지 않는 한 내년 전망도 다소 비관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건설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하며, 주거용 건축투자는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투자 감소는 내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고용 창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올해 들어 부도가 난 건설사는 29개로, 이는 2019년 이후 최대 수치에 해당한다. 특히 지방의 건설사들이 부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으며, 이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부진과 맞물려 있다.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6776호에 달하고, 이 중 대부분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 미분양 문제는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향후 건설업계의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수주가 없다는 의미이며, 착공할 물량이 없다는 것은 향후 2~3년간 투자도 없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며 "현재 건설사들의 기존 수주 잔고도 많이 줄어들었고, 앞으로의 수주도 불투명해 내년에도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PF의 정상화 속도가 건설업황의 바닥을 다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후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는 건설시장의 부진을 초래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정부가 부동산 PF 정상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적 불확실성 또한 건설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불안정성은 건설투자의 부진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며, 정부는 정치적 안정성을 높여 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 건산연 연구위원은 "국가의 재원 투입을 늘리고 필요시 건설 부문을 통한 부양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내 건설업계는 자금 조달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