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정 ‘악화일로’ 원료의약품···기업發 ‘탈중국’ 시동 걸리나

수급 불안정 ‘악화일로’ 원료의약품···기업發 ‘탈중국’ 시동 걸리나

이뉴스투데이 2024-12-30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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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료의약품 자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제도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프리픽]
미중갈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료의약품 자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제도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프리픽]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미중갈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료의약품 자급에 비상이 걸리자 업계에서 현 제도로는 체감이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재정적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기업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는 양상이다. 

 

◇‘미중갈등’에 주요국 분주한데···우리 정부 지원책은 ‘체감 無’

30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의약품 공급망 위기, 각국 규제에 따른 시장 축소로 전 세계 원료의약품 부족 현상은 연일 심화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 결과, 재작년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8.7%인 반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자 업계에서는 제도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세제 혜택이나 가격우대 제도 같은 실질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한때 원료의약품 회사가 다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소수만 남아 있는 점도 이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불안감이 감도는 이유로는 ‘미중갈등’이 꼽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에게까지 원료의약품을 차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당선되면서 미중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분위기다.

주요 선진국들과 정책적으로 대비를 이루는 점도 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가 됐다. 먼저 미국에서는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의약품 자급도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 원료의약품 자국 생산 등 공급망 안전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 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유럽의약품청(ENA) 관련 기구에서 의약품 공급부족 조정그룹을 통해 항생제 부족과 관련한 주요 공급업체 협력을 실시, 제조 역량을 확대하는 데 합의하는 모양새다. EU 대다수 국가가 동의한 ‘중요 의약품법’은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해 3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의 후속조치로 ‘제3차 제약산업 육성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 및 발표했다. 이를 통해 원료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밸류체인별 인프라 강화에 나섰지만 업계는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환율이 요동치자 원료의약품 수입에 더 큰 부담이 발생하게 되면서다.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현재 10% 내외로, 대부분 중국 또는 인도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시작된 원료의약품 ‘자급화’ 시도···실질적 지원책은 ‘숙제’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는 분위기다. 먼저 ‘셀트리온’은 이달 들어 인천 송도 3공장에서 주요 장비 생산 공정의 완전성을 입증하는 성능 적격성 평가 등을 마치고 본격적인 원료의약품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3공장은 총 면적 약 2만2300㎡(약 6700평), 지상 5층, 생산역량 총 6만 리터 규모에 달한다. 1공장은 10만 리터 규모, 2공장은 9만 리터 규모다. 바이오의약품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시장 변화와 요구에 신속 대응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에스티팜’은 생산공장의 역량에 힘입어 미국 공급에도 나섰다. 지난달 에스티팜은 미국 바이오텍과 1923만 달러(약 269억원) 규모의 올리고핵산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에스티팜의 올해 올리고 수주금액은 1억3629만 달러(약 1910억원)에 다다랐다.

원료의약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손잡은 기업들도 있다. ‘비보존제약’과 ‘에스피씨’는 이달 원료의약품 사업 공동진행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비보존제약은 원료의약품 전문기업 에스피씨의 인프라를 활용해 완제의약품 핵심원료인 원료의약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가격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이유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중국은 인구와 자원을 앞세워 원료의약품을 낮은 가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인건비가 높고 자원이 부족한 주요국들은 따라하기 힘든 방식이다.

정부는 원료 자급화를 장려한다는 취지 아래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해 약가 가산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완제의약품을 생산한 회사에만 혜택이 돌아가 원료제조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에서 아쉬움의 토로하는 이유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과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에는 100개에 가까운 다수의 원료의약품 제조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소수의 회사만 남아 있다”며 “원료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이나 국산 원료사용 의약품 가격우대 제도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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