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간 ‘사형집행’ 없던 한국…“대체형벌 도입해 폐지국가로 나아가야”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가 2022년 11월 30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세계 사형 반대의 날 20주년을 맞아 ‘사형제도 폐지 빔버타이징’ 조명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1997년 12월 30일 법무부가 흉악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사형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시민사회가 사형집행 유예를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소속된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30일 대한민국 마지막 사형집행 27년을 맞아 성명을 내고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법무부가 흉악범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올해 12월 30일까지 27년 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다.

이에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사형 확정 판결 역시 2015년 이후 한 번도 나온 적 없었다. 2022년 ‘세 모녀 살인사건’ 김태현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사형은 형벌로서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사형 선고 후 미집행 수감 중인 사형수는 총 59명이다. 이 가운데 일반 사형수가 55명, 군 사형수가 4명으로, 이들 대다수는 장기 수감 상태다. 사형수들의 교도소 수감은 사형 집행 전 절차로 여겨져 노역에 동원되지 않으며 독방에 수용되고 있다.

연석회의는 “사형제도는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며 정치적인 목적 또는 은폐·조작되거나 잘못된 증거·증언 등으로 인해 오심이 내려진 경우 정정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며 “교정, 교화의 기본 목적인 재사회화를 불가능하게 하며 제도 자체의 잔혹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형제도의 강력범죄 억지력은 어떠한 연구나 각 국가의 사례를 통해서도 입증되지 않았고 직무로서 사형 집행자 역할을 맡은 사람의 인권침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형폐지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석회의는 “지난 11월 29일 65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로 참여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다”며 “15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매 국회마다 빠짐없이 발의된 사형폐지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사형제도 폐지 대체형벌에 대한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심도 깊은 논의를 본격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형제도의 대안으로 ‘상대적 종신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사형제도를 폐지한 많은 국가들에서 가석방이 불가한 ‘절대적 종신형’ 대신 가석방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대적 종신형’을 택하고 있다”며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들도 가석방이 불가한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제도와 같은 인권침해적인 형벌이라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신형은 감춰진 사형이나 다름없다’는 말처럼 사형제도와 절대적 종신형은 모두 사라져야 하는 형벌”이라며 “22대 국회에서 ‘상대적 종신형’을 대체형벌로 도입하는 사형제도폐지 법안 역시 발의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인권에 관한 국제적 논의를 이끌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유엔 인권이사국으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대한민국은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유예)를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사형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과거 두 차례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재는 세 번째 사형제 헌법소원 심판을 심리 중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22년 7월 이와 관련해 공개 변론을 진행했지만 결론 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