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하키 은메달리스트 박순자 씨, 4명에 생명 나누고 떠나

88올림픽 하키 은메달리스트 박순자 씨, 4명에 생명 나누고 떠나

연합뉴스 2024-12-30 09:12: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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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심장·폐·간·신장 기증

기증자 박순자(58) 씨 기증자 박순자(58)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하키 은메달리스트이자 19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박순자(58) 씨가 4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30일 경희대병원에서 박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심장과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30일 밝혔다.

박 씨는 9월부터 두통으로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21일 저녁 집 근처 수영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박 씨는 생전 TV 방송을 통해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뇌사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자주 밝혔고, 가족은 고인의 뜻을 지켜주고자 기증에 동의했다.

유족에 따르면 경기 평택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어려서부터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했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박 씨는 중학생 때 육상선수로 활약하다 고등학생 때 하키 선수로 전향해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증자 박순자 씨 하키선수 활동 당시 모습 기증자 박순자 씨 하키선수 활동 당시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여자하키 국가대표를 은퇴한 후에 직장생활을 하며 매월 어려운 이웃을 후원했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매주 등산을 다녔고 수영과 마라톤, 사이클을 즐겼다. 올해 한강 철인 3종 경기와 서울평화 마라톤 10㎞도 완주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다.

박 씨의 아들 김태호 씨는 "엄마, 나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아들 취업했다고 같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엄마는 제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줬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해요. 많이 사랑하고 고마워요"라며 인사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1986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널리 알린 여자하키 국가대표이자, 삶의 끝에 4명의 생명을 살린 영웅 기증자 박순자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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