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지양이 새해와 시작을 떠올리며 멈춰 선 장면

시인 윤지양이 새해와 시작을 떠올리며 멈춰 선 장면

바자 2024-12-30 08:00:03 신고

장대 위에서 [1]

딸이 나를 깨우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했다

다 커버린 표정은
벌써 걱정을 안고 있다
딸이 옹알이를 하던 장면을 상상하다가

놓쳤다 다시 물려고 했다
물음표처럼
멈췄다가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었다

품은 알의 개수를 세어 보려했다
그곳은 춥고 습했으므로
막 깨어난 것은
태어나는 것과 얼어붙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창가에 드는 볕이 생소하다
흔들리는 머리카락마다 빛이 났다

딸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건네준 도끼를 든다
내리치는 곳이 시작이었다

침대 위에서
꿈에는 이미 아는 사이의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나 일어나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내가 머무는 곳 창에는 볕이 잘 든다. 누워서 햇볕을 쬔다. 처음 보는 인물들이 시에 등장한다. 이미 알았던 사람들일 수도 있다. 어떤 생은 반복되는 것만 같다. 시를 쓰기 전에 친구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았다.[2] 미친 과학자가 나와서 우주를 여행하고 어떤 에피소드에선 뱀이 꼬리를 물고 죽어갔다. 어떤 꿈은 전생의 기억을 갖고 태어난 사람의 꿈이었다. 그 꿈에서 나는 전생에 잘 먹고 잘 살았다. 기억대로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삶을 살았다. 그때 나는 행복했는데, 지금의 나는 전생의 기억을 아등바등 따라가느라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지쳐가다 꿈에서 깼다. 글을 쓰면서 친구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다른 에피소드에선 허리 잘린 남자가 우주 한가운데서 돌아갔다.[3] 아니 사실 그는 쇼핑몰에서 피를 쏟는 남자였다. 아니 사실 근육질의 남자였다. 아니 애니메이션 작가가 그걸 부러워했던 걸까. 그래서 그를 못살게 군 걸까. 사실 나는 그 애니메이션이 재미없었다. 뱀이 자기 꼬리를 문다. 몸통이 하나의 꿈이라면 시작은 어디일까. 아무래도 시작은 다소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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