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지루한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씨티씨바이오가 다시 한번 표 대결을 예고했다. 내년 3월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현재 경영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민구 씨티씨바이오 전 대표 측과 새로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최대주주 파마리서치 측의 의결권 대결이 예상된다.
현재 양측 모두 추가적인 지분 매입 움직임이 없는 만큼, 3대 주주인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와 개인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지분율 밀리는 이민구, 에스디비 우호관계는 긍정적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티씨바이오는 내년 3월14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임시주총 안건으론 총 5명의 이사회 후보와 2명의 감사 후보 선임안이 올라왔다.
파마리서치는 2명의 사내이사 후보를, 이민구 전 대표는 2명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1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감사는 양측이 1명씩 추천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작년부터 파마리서치와의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이 전 대표의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지분율은 15.32%로, 파마리서치의 특수관계자 포함 지분율(18.32%)보다 낮다.
물론 현재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 전 대표에게는 아직 여유는 있다. 정관상 씨티씨바이오의 이사회 정원은 7명으로, 현 시점에서 공석은 3석이다. 본래 7명이 가득차 있었지만 이달 20일 이 전 대표를 비롯해 3명의 임기가 끝났다. 기존 이사회멤버가 4명으로 이 전 대표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도 이사회 결의를 위한 과반은 확보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오성창 사내이사가 현재 직무정지 상태라는 점이다. 파마리서치가 올해 초 주주총회 이후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오 이사는 지난 10월부터 업무 집행이 정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씨티씨바이오 3대주주인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지분율 8.7%)가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기 때문. 이 전 대표의 지분율과 합하면 총 지분은 27.02%로, 파마리서치를 10%p(포인트) 가까이 앞선다.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도 에스디비는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표 체제인 현 이사회 구성만 봐도 에스디비와의 관계가 돈독함을 알 수 있다. 김정훈 사외이사는 에스디비인 투자사업본부 상무를 겸직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임기 만료에 따라 단독대표로 올라간 조창선 대표도 에스디비 감사를 맡고 있다.
자금력에선 파마리서치 우위...소액주주 표심은?
앞서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4월 이 전 대표와의 지분 경쟁을 공식화했다. 당시 씨티씨바이오 지분 7.05%를 취득하고 보유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공시했다. 파마리서치는 같은달 장내매수로 지분을 13.14%까지 늘리며 씨티씨바이오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곧장 지분을 사들이며 맞대응했다. 본인 지분 100%인 더브릿지의 자금력까지 동원해 지분을 15.5%까지 늘렸고, 최대주주를 자리를 사수하는 듯 했다. 그러나 파마리서치가 같은해 9월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17.26%까지 늘리며 최대주주 자리를 다시 탈환했다. 올해 3분기 기준 파마리서치의 지분율은 18.32%다.
업계에선 이 전 대표의 자금력이 파마리서치에 비해 크게 밀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글로벌 사모펀드 폴리시컴퍼니(Polish Company Limited)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 지난 10월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또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나는 등 최근 실적도 긍정적이다. 씨티씨바이오의 시가총액이 1500억원대임을 고려하면 파마리서치 입장에서는 추가 지분 매입 카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지분 경쟁 과정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아, 현재 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우선 주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최소 6.3%에서 최대 9.5% 수준이다. 담보대출로 묶인 지분도 9.45%로 적지 않아 추가적인 대출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가 지분 매입을 멈췄다.
2달 남은 주주명부 폐쇄...바빠지는 이민구의 시계
대표직 임기가 끝나기 전 이 전 대표는 임시주총의 날짜를 미뤘다. 당초 파마리서치 후보 추천에 따른 임시주주총회 날짜는 이달 19일, 주주명부 폐쇄도 지난달 22일이었다. 그러나 몇차례 정정 공시를 통해 임시주총 개최일은 내년 3월14일로 밀렸다. 주주명부 폐쇄일도 내년 2월27일이다. 통상적인 정기주주총회가 3월말에 열리는 걸 생각하면 임시주총 시기가 3월 중순까지 밀린 건 이례적으로 보인다.
씨티씨바이오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이민구 전 대표가 있던) 이사회에서 임시주총 날짜를 미룬 건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배경은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대표의 주주총회 경영권 방어 전략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전 대표가 임시주총 날짜를 미룬 이유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기 주총의 경우 주주명부 폐쇄가 연말까지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의결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합하면 이 전 대표의 지분율이 더 높지만 소액주주의 표심은 큰 변수다.
앞서 소액주주연대는 올해 초 주총에서 파마리서치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주총에서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의 지지에도 불구,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파마리서치에 지분율 싸움에서 졌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지분율 싸움 대신 5%룰을 활용해 경영권을 지켰다. 5%룰은 상장기업의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한 자가 일반투자자에게 알 수 있도록 5일 이내로 보고·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이 전 대표 측은 파마리서치가 5%룰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며 지난 주총에서 의결권 일부를 제한했다. 이에 힘입어 파마리서치의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내년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파마리서치와 주주연대가 미리 대비할 가능성이 높고, 해당 방법으로 선임된 오성창 이사에 대해서도 법원이 가처분 신청에 따른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구체적인 주주총회 대비방안, 지분 확보 여부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디비 변심 가능성도
에스디비가 향후 변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특히 파마리서치는 올해 주총에서 에스디비의 주주제안에 찬성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에스디비에 이 전 대표측과 파마리서치가 동시에 손을 내민 셈이다.
에스디비인는 아직 별도의 후보 추천이나 지분 확보에는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에스디비 관계자는 별도 이사회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측 후보와 파마리서치측 후보 중 어떤 후보를 지지할 거냐는 질문에도 “명확히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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