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최저 성적이 예상됐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활·총·검을 앞세워 종합 8위라는 역대급 성적을 낸 건 올해 한국 스포츠의 가장 빛나는 성과였다.
한국은 당초 21개 종목 선수 144명의 '소수 정예'로 파리 올림픽에 나섰다. 남자축구가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는 등 단체 구기 종목들의 집단 부진 여파로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규모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에 최소에 그쳤다. 그로 인해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목표치를 5개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림픽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체육회가 내세운 목표치에 주눅 들지 않고 맞섰다. 그 결과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종합 8위에 오르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작성한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이다. 전체 메달 획득 수가 32개에 달하며 1988년 서울 대회에서 남긴 역대 최다 메달(33개)에도 근접했다.
◆효자 노릇 톡톡히 한 활·총·검
활·총·검 종목들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 선수단의 금메달 총 13개 중 활·총·검 종목에서만 무려 10개가 쏟아져 나왔다. 우선 양궁에서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전까지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김우진(32)과 임시현(21)은 나란히 3관왕에 오르며 대한민국 선수단 남녀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김우진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파리 올림픽은 사실 욕심 없이 준비했다. 마음을 비웠다. 단체전 금메달만 가장 큰 목표로 잡았다”면서 “그런데 생애 첫 개인전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고, 한국 최다 금메달리스트까지 등극했다. 잊지 못할 대회가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축구의 박지성(44·은퇴),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 피겨의 김연아(34·은퇴)처럼 저도 양궁에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사격에서도 역대 최다 성과인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거머쥐었다. 종전 최고 성적은 런던 대회의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였다. ‘여고생’ 반효진(17)은 여자 공기소총에서 한국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 한국 최연소 금메달, 역대 올림픽 여자사격 최연소 금메달 등 다양한 기록들을 세웠다. 25m 권총 양지인(21)은 기대대로 금빛 총성을 울렸다. 반효진과 양지인, 오예진(19)까지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사격은 활짝 웃었다.
한국 펜싱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다. '에이스' 오상욱(28)을 필두로 구본길(36), 박상원(24), 도경동(25)이 손발을 맞춘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3연패 위업을 수립했다. 오상욱은 남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등극했다.
◆용기와 희망 전한 태극전사들
태권도는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2021년 도쿄 대회에서의 '노골드' 설움을 털어냈다. 남자 58㎏급의 박태준(20)과 여자 57㎏급의 김유진(24)이 시상대 정상에 우뚝 섰다. 최근 만난 김유진은 “올림픽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무릎 부상을 입었을 때가 정말 힘들었다. 올림픽 출전의 끈을 놔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그래도 결국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그로 인해 삶의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무얼 하든 인내심도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내년 3월 세계선수권 선발전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게 단기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각각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다”라고 힘주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는 안세영(22)이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52·은퇴) 이후 28년 만의 올림픽 단식 우승의 쾌거였다. 한동안 부진하던 탁구는 스타 신유빈(20)을 앞세워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 사냥에 성공하며 관심을 모았다. 신유빈과 임종훈(27)이 출전한 혼합복식과 신유빈, 전지희(32), 이은혜(29)가 나선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 1개씩을 수확했다.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은 “파리 올림픽은 엘리트 체육과 경기력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종합 8위를 기록하며 원정 사상 최다 메달을 획득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피나는 노력과 투혼으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은 정말 고생 많으셨다. 무더움에 지친 국민께 큰 용기와 희망을 드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파리 한가운데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통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전해 드릴 수 있었다”고 의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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