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단양군 인구유입책 눈길…가시적 성과 확인
장기체류 유도 등 후속 정책 마련은 풀어야 할 과제
(제천·단양=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소규모 지방자치단체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자체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에 한정된 인구 속에서 유출과 유입이 반복되는 적자생존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의 일부 지자체는 일반적인 인구유입 정책을 벗어나 재외동포나 생활인구라는 의식의 전환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눈길을 끈다.
◇ 해외로 눈 돌린 제천시, 고려인 550명 유치
29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1개 지자체 가운데 6개 시군(보은·옥천·영동·제천·괴산·단양)은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이들 시군은 인구정책을 최대 현안으로 삼고 대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충북 '제3의 도시' 제천시는 그 해법을 해외에서 찾는다.
철도 교통의 요충지인 제천은 시멘트업을 주력산업으로 1999년 한 때 주민등록인구가 15만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시멘트업이 쇠퇴하자 인구도 내림세로 돌아서 20여년이 지난 현재 13만명 벽까지 무너졌다.
외교관 출신인 김창규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자기 경력을 살려 고려인 등 재외동포 이주 정착 지원사업을 제안했다.
치열한 국내 지자체 간 경쟁을 벗어나 해외에서 인구를 수혈한다는 발상 전환이었다.
먼저 단기 체류(C-3-8)·방문취업(H-2)·재외동포(F-4)·영주(F-5) 비자 발급을 통한 고려인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제천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만들고, 김 시장이 직접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고려인이 많이 거주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를 찾아 관련 단체들과 이주협약을 체결했다.
고려인들의 안정적인 지역 정착을 돕고자 대원대학교 기숙사를 리모델링해 재외동포지원센터도 설립했다.
이 센터에서는 제천을 찾은 재외동포들의 취업과 교육, 생활 등 모든 분야를 지원한다.
소액이지만 자녀 돌봄 수당(1인당 30만원)과 의료비(연간 20만원) 등 금전적 지원에도 나섰다.
그 결과 사업 시행 1년 만에 제천에 새 둥지를 튼 고려인이 550명에 이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보도를 통해 제천시의 이 같은 노력을 '인구소멸도시를 구하기 위해 시장이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에게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인구감소를 저지하고 산업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고려인 동포들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1천명 정착을 목표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시는 내년 1월 1일 미래정책과 산하에 청년지원팀과 외국인지원팀을 신설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청년·외국인 정책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 관광도시 단양군, 생활인구 유입
제천과 인접한 단양군은 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적다. 지난달 기준 2만7천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양군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은 관광지가 즐비하다.
군은 이런 장점을 살려 '정주인구' 보단 '생활인구'에 주목하고 있다.
짧게는 당일, 길게는 며칠 동안 관광객이나 외국인 등의 발길을 붙잡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단양군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만천하스카이워크' 등 지역 랜드마크를 만들고, 관광지 주변 인프라를 대폭 개선했다.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행안부 집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단양군의 생활인구는 31만3천39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민등록인구와 등록 외국인을 제외하면 28만5천여명이 단양군을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등록인구의 10.2배나 되는 규모다.
관광주민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관광주민증' 가입자 통계에서도 단양군의 가시적 성과가 엿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급하는 이 주민증은 가입할 때 거점지역을 선택하면 그곳에서의 각종 관광혜택을 제공하는데, 현재 단양을 선택한 가입자가 17만5천여명으로 전국 1위 기록이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생활인구 유도 정책은 육아와 교육, 문화, 의료 기반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져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다만 제천시와 단양군의 정책적 성과가 지속되려면 확장성을 가진 정책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최용환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려인 이주나 생활인구 유입이 지역의 인구감소를 늦추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며 "하지만 영구 정착 또는 체류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단기 효과에 그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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