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은행 결산] ③ 치솟는 연체율…건전성 관리 '화두'

[2024 은행 결산] ③ 치솟는 연체율…건전성 관리 '화두'

한스경제 2024-12-28 18:2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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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高)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건전성 관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3고(高)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건전성 관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올해 은행권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대출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며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를 비롯해 배임·횡령·사기 등, 각종 금융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이와 함께 전(全) 산업군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진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하면서 슈퍼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한스경제> 는 은행권의 2024년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3고(高)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가계·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비롯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하면서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8%로 9월 말(0.45%)에 비해 0.03%p, 지난해 10월에 비해 0.05%p 상승했다 

부문별로 보면, 10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56%로 9월 말 대비0.04%p,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08%p 올랐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9월 말과 유사했고,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0.15%p 하락했으나 △중소기업(0.70%·9월 대비 0.05%p·지난해 동월 대비 0.15%p↑) △중소법인(0.74%·9월 대비 0.06%p·지난해 동월 대비 0.15%p↑) △개인사업차(0.65%·9월 대비 0.04%p·지난해 동월 대비 0.14%p↑) 연체율은 크게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10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38%로 9월 말(0.36%) 대비 0.02%p, 지난해 동월 말 대비 0.01%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5%로 9월 말, 지난해 동월 말과 비교해 유사한 수준을 보였으나,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연체율은 0.76%로 9월 말 대비 0.07%p, 지난해 동월 말 대비 0.05%p 올랐다. 

최근 한국은행이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향후 연체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계·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경제의 하부구조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부터 어려움이 현실화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 리스크 요인으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부문의 신용위험 증대 등으로 금융기관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연체율은 내수 침체에 따른 경기 부진 등으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경기침체 장기화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1.1%가 증가했다. 저소득 및 저신용 자영업자 수는 각각 1만5000명과 3만2000명이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보유 대출액은 122조6000억원이며, 대출 연체율은 11.55%에 달했다. 이는 11년 만에 최고치다. 

폐업한 자영업자의 규모도 역대 최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8만6000명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2020년:89만5000명·2021년:88만5000명)보다 많은 것이며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6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폐업 시 지급하는 공제금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의 지급 규모는 1조301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0.1%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지급액(1조26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노란우산 공제금은 소기업·소상공인이 폐업·사망·재난 등으로 생계 위협에 처했을 때 지급한다. 납입한 부금액에 대해 연복리이자율을 적용해 소상공인의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한다.

신용보증재단 대위변제금도 급증했다.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갚아준 대위 변제금은 올해 10월까지 2조57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금액인 1조712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지속되고 있다. 기업의 이자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중소기업은 지난해 0.1배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0.2배로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이며, 1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기에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자보상배율이 1을 하회하는 취약 중소기업의 비중이 지난해 55.2%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59.8%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이들의 상환 능력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한 점에 유의해 자영업자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회생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완화된 금융여건 하에서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지속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함께 재취업 교육 등 재기 지원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연체 우려 차주에 대한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등 채무부담 완화를 지원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은 취약 차주 연체율 증가 우려와 함께 고환율 기조로 인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건전성 지표 악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의 건전성 지표도 악화된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규모를 나타낸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 익스포저(위험노출)가 늘어 해당 비율은 감소하게 된다. 

LCR은 은행이 외화가 부족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얼마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표가 높을수록 위기 상황에 은행이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이 오르면 외환 파생거래 관련 증거금 납입 등으로 지표는 내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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