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족의 엄청난 계획: Part 2

「

로몬의 긍정

」

〈가족계획〉의 첫인상은

순간적으로 ‘나도 이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가족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구는 게 매력이죠.

온화한 성격이지만 눈치 빠르고 영리한 해커 지훈만의 매력은

다양한 매력을 가졌어요. 집에 있을 땐 똘똘하지만, 학교에서는 약간 나사가 풀려 있죠. 혼자 있을 땐 좋아하는 것에 빠져 몰두할 줄 알고요. 집에선 눈치도 많이 봐요. 이 집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누구를 어떻게 자극해야 하는지 아는 영리함도 갖췄죠. 처한 상황과 만나는 인물에 따라 달라지는 지훈의 행동과 심리를 알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어요.

실제 로몬과 닮은 점도 있나요

집에서 아주 온화한 아들이라는 점은 유사합니다! 저는 가족 앞에서 긍정적이고 애교도 많거든요. 하지만 엄청난 기계치인 게 지훈과 다른 점이죠.

패턴 니트와 레더 베스트 재킷은 모두 Bally.

이번 작품에 임하며 스스로에게 던진 도전은

백지훈이 하나의 캐릭터로서 돋보이기보다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녹아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했어요. 전체적인 그림에 집중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죠.

〈지금 우리 학교는〉 〈3인칭 복수〉에 이어 이번에도 멋진 액션을 선보입니다

지훈이는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 캐릭터지만, 6부에 굉장한 반전이 있답니다. 촬영에 들어간 후 전체 대본을 순차적으로 받았어요. 이야기 초반부에는 분명 액션이 없었는데 촬영이 거듭될수록 액션 스쿨에서 자꾸 저를 부르는 거예요(웃음). 6부의 ‘그 장면’ 때문이었던 거죠. 와, 제가 살면서 해본 액션 중 다시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독특하고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지훈이 추앙하는 엄마 영수는 어떤 존재인가요

가장 강하고 따뜻한 방패. 우릴 위해 많은 걸 희생한 든든한 존재. 각본을 읽고 연기할 때도 그저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엄마라는 생각에 꽉 붙들었어요.

인물은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진정한 가족으로 성장합니다. 촬영현장에서도 가족처럼 느껴졌던 순간은

사실 촬영 전날엔 잠도 못 잘 만큼 긴장했어요. 선배님들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죠. 그런데 선배님들께서 현장을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주셨어요. 장난도 치고 맛있는 것도 사주시면서. 재미있는 대화를 자주 나눴고, 금방 친해졌죠.

류승범이 입은 울 블레이저는 Ryoo. 터틀넥은 Tod’s. 하드웨어 링크 네크리스와 록 펜던트 네크리스는 모두 Tiffany & Co. 로몬이 입은 패턴 니트와 레더 베스트 재킷은 모두 Bally. 백윤식이 입은 셔츠와 재킷은 모두 Salvatore Ferragamo. 아이웨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억에 남는 선배의 조언은

모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요. 꼭 하나를 꼽자면 “대본에 정답이 있다”는 백윤식 선생님의 말씀이에요. 너무 와닿아서 조언을 들었던 날 밤에 계속 대본을 들여다봤어요.

우리 가족을 소개한다면

퍼즐. 모두 다른 형태의 조각이 다 같이 모여야 비로소 퍼즐 한 판이 완성되니까.

데뷔 8년 차인데 첫 오디션을 기억하나요

연기 학원을 다니다 갑자기 광고 오디션이 잡혔어요. 부모님께 ‘아들 이제 첫 오디션 본다’고 선언했지만 떨어졌죠. 농담 삼아 저를 불합격시킨 제품을 불매하겠다 선언하셨던 아버지가 제가 자꾸 떨어지니까 “아들아, 이제 쓸 수 있는 제품이 없구나. 그냥 네가 열심히 하거라”라고 했던 게 떠오릅니다(웃음). 첫 오디션 때와 다른 점은 경험의 정도인 것 같아요. 아직도 연기는 저를 고민하고 간절하게 만들어요.

로몬이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와 코트는 모두 Moschino. 이수현이 입은 재킷은 Dries Van Noten. 링은 Muahcho.

요즘 로몬이 끌리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자극적이고 장르적인 작품을 했는데, 사실 그런 작품을 잘 못 봐요.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하죠. 일을 안 할 땐 집에서 혼자 요리해 먹는데, 최근 요리 욕심이 커져서 요리에 관한 이야기에 끌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도 배울 수 있고, 연기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이 범상치 않은 가족에게 한 마디

함께해서 다행이다. 우리 가족 덕분에 지훈이가 존재할 수 있었다. 납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블랙 드레스는 Bottega Venetta.

「

이수현의 믿음

」

모델로 활약했죠. 배우로서는 〈가족계획〉이 데뷔작입니다. 지우가 속한 이 가족 이야기의 첫인상은

어? 이상하다? 되게 특이하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궁금해졌고, 전에 보지 못한 이야기처럼 신선했어요.

우리 가족을 소개한다면

‘삐리하다’. 정신이 어리바리하다는 강원도 사투리인데요(웃음). 어딘가 이상하고 한구석이 모자라 보이거든요.

어떤 부분이 부족해 보이던가요

피가 안 섞인 걸 떠나 작품 속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잘 안 맞는다는 점이에요(웃음).

스모키 메이크업만큼이나 ‘한 성깔 하는’ 기 센 17세 지우는 어떤 인물이죠

빈정 상하면 눈이 돌아 제어할 수 없는 힘이 생겨요. 대본에 표현된 지우는 ‘관종’ 같았어요. 지훈이는 뇌를 써 영리하게 움직인다면, 지우는 인내심 부족한 행동대장에 오지랖 넓은 스타일이죠. 제 사춘기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우와는 많이 달랐어요(웃음). 그 시기의 학교 ‘짱’들을 떠올리면서 지우 캐릭터에 다가갔어요.

이수현이 입은 셔츠 블라우스와 베스트, 쇼츠는 모두 Vivienne Westwood. 슈즈는 Ash. 베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두나가 입은 주얼리 장식의 재킷과 쇼츠, 이어링, 브레이슬릿은 모두 Dior. 스트랩 샌들은 Jimmy Choo.

지우와 이수현이 비슷하거나 다른 점은

지우는 성격이 예민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왜?’부터 떠올리는 사람이에요. 반항적이고 과장된 사고를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지우는 욕설이 습관이라 촬영 앞두고 현장 스태프들께 욕설 강좌와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집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데, 그건 지우와 닮았어요.

〈가족계획〉 오디션을 기억하나요

지난해 이맘때였어요. 되게 떨었죠. 초반부 대본만 받은 상태지만 ‘정말 센 인물이구나’ 싶어 배워둔 태권도 실력을 발휘해 발차기도 하고, 최대한 내가 생각한 지우대로 행동했죠.

이 가족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 앞서 고민도 있었을 텐데

엄마와의 관계성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지우는 엄마와 사이가 안 좋고,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이 큰 인물이거든요. 지우가 엄마를 싫어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게 중요했어요.

지우가 엄마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는

지우는 친구가 없어요. 가족 특성상 늘 비밀스럽게 숨어 다녀야 하는 상황과 잦은 전학 때문이죠. 사실 집에서 제일 평범한 사람이 지우예요. 그 평범한 아이가 추억이나 좋은 기억, 남는 것 하나 없이 특이한 집안에서 사는 게 당연히 불만이었겠죠.

어쩌면 그 집안에서 지우가 가장 인간적인 면이 강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맞아요.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모르면서 평범한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는 영수가 안쓰러운 한편, 짜증스럽기도 한 거죠.

각별히 애정을 담은 장면

모든 신이 그렇지만,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장면은 두나 선배님과 함께 했던 계란말이 고백 신이에요. 지금까지 엄마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깨달은 장면이죠.

로몬이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와 코트는 모두 Moschino. 이수현이 입은 재킷은 Dries Van Noten. 링은 Muahcho.

지우가 가족 중 유일하게 따르는 사람은 할아버지 강성입니다. 강성은 어떤 할아버지입니까

강성을 연기한 백윤식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유머러스하신 한편 모든 말이 명언이었습니다.

둘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인 장면을 꼽는다면

시체를 경찰서에 갖다 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할아버지와 TV 보면서 시리얼을 먹는데, 갑자기 ‘동물 탈을 쓴 이상한 놈들이 시체를 경찰서 앞에 갖다 놨다’는 뉴스 속보가 떠요. 그걸 보며 뿌듯해서 같이 ‘짝짝꿍’ 하며 웃는 장면인데, 정말 좋아하는 신이에요.

〈가족계획〉을 필두로 본격적인 배우 커리어가 시작됐습니다. 어떤 마음에서 배우를 꿈꿨나요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아무리 큰 파도가 와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큰 바위처럼 제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단단한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범상치 않은 가족에게 한 마디

선배님들과 좋은 작품에서 멋지게 호흡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습니다. 행복하고 소중한 기억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