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올해 보험업계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강한 스포트라이트만큼 그 그림자도 짙다. 지난해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실적 부풀리기 논란 등이 불거지며 업계 신뢰도를 잃었다. 금리 인하기와 금융당국의 회계 가이드라인 적용이 본격화되면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보험사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명보험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손해보험사는 비급여 누수로 인한 적자가 심각하다. 자동차보험 인상 탄핵정국 속에서 그나마 논의 중이던 보험개혁회의마저 좌초되며, 내년 보험업계 불확실성 요인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와 31개 손해보험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각각 5조3076억원과 8조9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56억원(12.6%), 9668억원(13.6%)씩 증가했다.
그러나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킥스(K-ICS) 비율(지급여력비율)은 악화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과조치를 적용한 보험사의 6월 말 킥스 비율은 217.3%로, 전 분기 대비 6.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보험부채 증가 여파로 파악된다.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업계의 운용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금리인하기 진입, 금융업권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보험’ 부문을 실적 저하 업종으로 전망했다. 금리하락이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투자 수익성과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규모 감소로 인한 보험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보험연구원도 ‘2025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내년 보험산업의 ‘성장성 둔화·수익성 약화·건전성 악화’를 전망했다. 성장성 둔화는 CSM 성장률 둔화를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여기에 전망에 반영하지 않은 규제 영향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탄핵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혼란까지 더해지며 내년 보험업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이처럼 내년 보험 부문의 성장성 및 수익성 둔화가 예견되고 있지만 생보사와 손보사의 어려움은 또 그 양상이 다르다. 주로 다루는 분야가 각각 ‘사람’과 ‘재산상 손해’로 다르기 때문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명보험사 불황은 내년에도 과제
생명보험 분야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본업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태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이나 저축, 변액보험 등 주력 상품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기간을 줄이고 원금보다 높은 금액을 비과세로 돌려받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환급률이 135%까지 높아져 소비자들이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늘면서 금융당국이 환급률 제한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현재는 환급률이 110%까지 낮아지며 소비자 매력도를 잃어가고 있고 생보사들의 판매 중단도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도 저축이나 변액보험 등 또한 금리 인하기를 만나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금리인하와 함께 금융당국의 회계 가이드라인 관련 규제도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IFRS17은 보험계약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데, 할인율이나 해지율, 보험금 지급율 등의 변수 설정으로 미래이익(CSM, 계약 서비스 마진)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새로운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관련 원칙모형은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기에 해당 원칙에 따라 가정하면 상품의 손해율이 상승하며 마진이 줄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할 경우 타 금융 업종과 달리 보험은 불리할 공산이 크다. 수익성 축소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돌려줄 돈을 잘 계산해야 하는데 신 회계기준의 경우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금융당국이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해지율 등 가이드라인을 줬기에 이에 맞추게 되면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보업계 대표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대형 손보사 4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2.4%로 전년 81.5% 대비 6.1%포인트(p) 악화됐다.
보험사별로는 현대해상이 97.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삼성화재 92.8%, KB손해보험 91.6%, DB손해보험 87.5% 순이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4개 보험사의 올해 1~11월 누계 손해율 또한 82.5%로 전년 79.3% 대비 3.2%p 상승하며 악화되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원인으로는 지난 2년간 이어진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지목된다. 지난 2022년 코로나19 영향으로 교통량이 줄어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기록하면서 보험료를 인하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최대 3%까지 보험료 인하에 나섰다.
실손보험료 오른다지만 근본적 대책 못 돼…보험 개혁 어쩌나
비급여 과잉진료 증대로 꾸준히 오르고 있는 실손보험 손해율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1~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모두 100%를 웃돈다. 지난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도 올해 상반기 기준 손해율 131.4%,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같은 기간 149.5%에 달했다. 또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60%는 비급여 항목에 집중돼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정부 주도 ‘실손보험 개혁안’에 기대를 걸어 왔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혼란으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공청회 등을 내년 초 재개에 나선다지만 의료계 협조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는 중론이다.
악재 속에서도 보험업계에서는 자본확충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에 돌입한 회사들이 눈에 띈다. 보험사별로 보면 △한화생명 1조9000억원 △교보생명 1조3000억원 △현대해상 9000억원 △코리안리 2300억원 △동양생명 3000억원 △한화손해보험 3500억원 △롯데손해보험 2000억원 △ABL생명 2000억원 등이다.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보험료 인상도 이뤄졌다. 보험업계의 내년 실손의료보험료 전체 인상률 평균은 약 7.5% 수준으로 관측된다. 세대별로 보면 1세대 2%, 2세대 6%, 3세대 20%, 4세대 13% 수준이다.
다만 이번 인상으로 인해 보험사의 손해율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4세대 실손보험료가 조기 인상돼 추가적 신계약 손실부담계약비용 증가 가능성이 줄어든 것과 연말 반영되는 보유계약 손실부담계약비용도 추정치보다 다소 감소할 가능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손보험으로 인한 손보사의 재무적 어려움이 개선되려면 비급여를 포함한 의료관행과 실손보험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가용자본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자본관리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금융제도연구실 실장)은 ‘K-ICS 영향분석과 보험회사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 자본관리 수단을 다양화하고 자본의 질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위원은 “가용자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 지급여력비율뿐만 아니라 해외사례와 유사하게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자체 위험관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계약이전 활성화’ 등 다양한 부채구조조정방안을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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