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금리인하 흐름이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은행‧보험업계는 규제의 벽에 부딪혀 수익성 추구가 제한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금리인하 기조에 기업대출 부문 수익성마저 주춤하리란 시각이다. 보험업계는 까다로워진 신회계기준(IFRS17) 적용에 따른 준비로 배당 여력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은행권 대출증가율 5% 안팎 예상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계부채를 우려한 당국의 규제 기조는 지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계대출 성장 제한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내년 은행권 대출증가율은 대체로 5% 안팎 수준이다.
먼저 LS증권은 2025년 은행권 대출증가율로 4~5%를 제시하면서, 특히 기업대출 부문에서 고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금리인하 기조에 기업들이 은행권 대출보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은행권에 대한 대기업 대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게다가 내수 부진과 정책 지원 축소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SOHO대출도 정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자체적으로도 급변하는 거시 경제 환경에서 재무건전성을 감안해 대출 업무를 관리해야 한다. 최근의 고환율 환경은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을 늘려 총자본비율이나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원화RWA를 바탕으로 계산되는 은행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킨다.
RWA는 은행의 자산을 대출이나 미수, 해외투자 등 유형별로 위험정도를 감안해 재평가한 것이다. 위험도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정부 채권은 0~10%, 대출‧투자 등 더 위험한 자산은 50~150% 등 가중치를 부여한 값으로,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고 은행의 효율적 자본 활용을 결정하는 데 핵심지표가 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관점에서도 RWA의 제한적 관리 성장이 필수이므로 대출 고성장 유인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여름 가계대출 급증은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을 지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받는다. 당국은 내년 7월 더 강도 높은 '스트레스 DSR 3단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당국은 시중 은행들을 관리하며 가계대출 공급 규모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언제 다시 급증할지 모르는 대출 수요를 방지하기 위해 당국은 스트레스 DSR 3단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스탠스를 고려할 때 가계대출보다 중기대출 중심의 5% 내외의 대출성장률이 예상된다"며 "수신 기반의 경우,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환경 개선과 부동산‧주식‧코인 등 투자대기 자금 확대로 정기예금 등 저원가성예금 유입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에 따라 당분간 추가적인 세제 강화나 대출 규제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DSR 중심의 은행권 자율적 관리에 맡길 것이란 시각이다.
대신증권은 내년에도 당국의 규제 스탠스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몇 년째 지속되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때문에 기업대출 위주로 성장했으나 모든 금융지주가 RWA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어 예전만큼의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커버리지 합산 기업대출은 8.7% 증가가 전망되는데 이 수준의 증가율이 유지되려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중 우량등급+보증서 대출이 가능한 차주에게 집행될 것이므로 결국 대출 포트폴리오 믹스가 우량담보 위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신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준비금 부담 토로
보험업계는 당국의 규제로 인해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일단 수익성 측면에서 금융당국의 신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보험계약마진(CSM) 조정 리스크가 있다.
IFRS17은 보험사의 수익 구조와 회계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IFRS17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체결 시 초기이익을 한 번에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 계약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이익을 인식하도록 규정하므로 기존 방식에 비해 단기적으로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CSM을 매년 재측정해 손해율 악화, 금리 하락 등의 환경에서 CSM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금리인하기에는 보험사들의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CSM 감소 등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손실계약의 경우에도 IFRS17은 이를 즉시 인식하도록 하므로 재무성과가 악화될 수 있고, 기존 상품의 실제 수익성도 재검토해야 하므로 과거 CSM이 높았던 상품도 재조정될 수 있다.
금융당국 주도의 '신회계제도(IFRS17) 계리 기준 새 가이드라인'이 올해 연말 결산부터 다시 적용되면, 보험업계가 준비해야 하는 비용만 4조원이 넘는다.
보험업계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현재 운용 중인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관련 적립액을 그만큼 쌓아야 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소비자가 중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사가 쌓아두는 돈을 의미한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부채가 줄고 해약환급금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시가평가한 보험부채가 원가부채 기준 해약환급금보다 적으면 부족액만큼을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적립액 부담으로 배당 여력이 줄어들어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어려워진다고 토로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까지 22년 연속 달성한 배당 기록이 깨질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보험업계는 2조~4조원에 이르는 준비금 부담으로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보험사조차 주주환원정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자 당국은 지난 10월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 방안'을 보험개혁회의 과제로 포함하고 준비금 적립액을 기존보다 완화하는 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 수혜 대상 보험사가 극히 소수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을 빚었다. 보험사가 각종 위험에 대비해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 비율이 200% 이상이면서 상장한 보험사는 생명‧손해보험 업계 통틀어 삼성화재, DB손보 등에 불과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리인하 기조에 킥스 비율은 향후 더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도입된 킥스는 국내 보험사들이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새로운 규제 체제다. 자산과 부채를 시장가치로 평가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보다 실질적으로 반영한다. 킥스 비율은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금리인하기에 보험사의 부채 부담으로 지급여력비율이 저하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해약환급금 준비와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자본관련 정책이 보험사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당분간 적극적인 주주환원 기대는 충분한 자본력을 확보한 상위 보험사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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