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소설로 돌아온 이와이 슌지가 말했다

미스터리 소설로 돌아온 이와이 슌지가 말했다

바자 2024-12-27 08:00:02 신고

그림 속 모델이 되면 예외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유로 사신이라 불리는 미지의 화가 나유타. 그의 실체를 취재하는 기자 카논. 〈제로의 늦여름〉은 닿을 듯 닿지 않는 두 인물이 주축이 된 미스터리 소설이다. 당신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르이기도 한데. 미스터리 소설이라 불릴 만한 작품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긴 하나 아직 세상에 내놓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 글을 쓸 때 특별히 장르를 의식하진 않았다. 멀리서 보면 이야기가 미스터리의 색채를 띤 채로 진행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림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즐기느라 바빴다.
통상적인 미스터리 소설에 미결의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긴장감 있게 끌어가야 하는 숙명이 있다면, 그러한 장르적 특징이 유려하고 섬세한 당신의 필체를 만나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책 말미에서 카논의 후배 하마사키가 보낸 메일을 통해 아리송했던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하지만 책은 결코 그 내용의 사실 여부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채 끝난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 내용을 믿게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유롭게 내가 쓴 이야기를 품어주길 바란다.
책 표지에 실린 이미지는 소설 집필의 모티프가 된 하이퍼리얼리즘 화가 미에노 케이(Mieno Kei)의 작품이다. 사진이 아닌 유화라는 사실에 놀랐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그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느꼈던 소름 돋는 감각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학생 시절 1930년대 일본의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에 도전해본 적이 있다. 화가가 이야기 중심에 등장했는데, 그 작품의 정수가 〈제로의 늦여름〉에 고스란히 담겼다. 작품의 단초가 되었을 만큼 큰 영감을 준 미에노 케이의 작품도 그 무렵 접한 것이다.
집필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나의 전작들이 그렇듯 이번 작품 역시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도쿄를 정처없이 거닐며, 때로는 마음 먹고 산책에 나서 스마트폰 음성 입력 기능으로 이 이야기를 썼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적은 도쿄의 풍경을 바라보며 묘한 몰입감을 느꼈다. 덧붙이자면, 글을 쓰는 과정은 악마 같은 나를 계속해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어떤 캐릭터보다도 내가 제일 나쁜 놈이다.(웃음)
〈제로의 늦여름〉에서 당신이 가장 아끼는 문장은 무엇인가? “분명 인생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이런 일이 있을 것이다. 모든 우연과 필연이 한 지점에 집중되어 아, 나는 이걸 위해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카논이 사신이라 불리는 나유타의 전설을 끝내겠다며 한 말이다. 며칠 전 배우 나카야마 미호 씨의 죽음을 접한 뒤 생각했다. 우리가 30년 전 만나 영화 〈러브레터〉를 만들었던 순간이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그런 순간이지 않았을까.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인가? 평화. 지금도 내가 살고 있는 땅 위의 같은 하늘 아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그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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