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될 예정이었던 AI 디지털교과서(AIDT)를 ‘교육자료’로 강등하는 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재의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교사 사이에선 애초 AIDT 개발 과정에서 교사 등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이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충분한 논의와 조정 없이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로 활용될 때 지역 간, 학교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학생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률을 집행하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만 쓸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나열했다. 우선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무상·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시도별·학교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학습 격차 등 교육 격차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교육자료는 국가 수준의 검정 절차 및 수정·보완 체계 등을 거치지 않아 내용상으로나 기술적으로 질 관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교육자료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접근성 조치나 이주 배경 학생을 위한 번역 기능, 학생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조치 등이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애초 AIDT부터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접근성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미 12월에 공개됐던 특수 교과 디지털 교과서는 허술했다.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됐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특수 교과는 국가가 직접 개발하는 국정 교과서다 보니 예산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교과서 지위일 때도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교육 자료 지위로 격화되면 더 확보가 안 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도입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교원 연수, 디지털 인프라 개선 등 많은 준비가 이뤄진 상황에서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변동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부칙에 따라 이미 검정에 통과한 AI 교과서도 소급 적용돼 헌법상 신뢰 보호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교과서를 일괄 도입할 예정이었다. 특수 교과목은 초등학교 국어·수학이 3월 도입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 주도로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연달아 통과하자 더불어민주당에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되 2025년은 희망하는 학교만 자율적으로 선정·활용하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여성경제신문에 "AIDT 개발 과정 초기부터 일선 교사들과 전문가 의견을 더 충분히 들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성급했다"라고 했다. 익명의 경기도 소재 중학교 교사는 "교과서였어도 45분 내내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지 않고 보조 자료로 쓸 생각이었다. 아직 현장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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