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4년 국내외 주류 시장이 새롭게 뒤바뀌고 있다. 소주는 해외에서 급성장 중이고, 위스키 하이볼은 국내 주류 문화에 정착하며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억141만달러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1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0월에만 소주 수출액이 1181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1% 증가했다. 월간 수출액이 1000만달러를 넘는 것은 사상 최초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소주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라이트' TV 광고 일부. ⓒ 하이트진로
◆100년 기업 호조 이어가나…해외 마트에 진열된 과일 소주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하이트진로(000080)는 올해 초부터 글로벌 진출 가속화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캠페인에 참가했다.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선포하며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액 5000억원 돌파 목표까지 설정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대만 '가오슝 벚꽃 뮤직 페스티벌' 후원에 이어 미국 'LA다저스'와 기존에 맺었던 스폰서십을 3년 연장했다. 8월에는 영국에서 '올포인트 이스트 페스티벌' 후원을, 11월에는 캄보디아에서 '프놈펜 코픽섬 진로 EDM 페스티벌'을 주최했다.
올해 6월에는 베트남 공장 준공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 법인장은 "소추 수출량 지속 증가에 따라 해외 생산기지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500만 상자 이상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베트남 공장 내 설비 증설을 우선으로 하고, 추가 해외공장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하이트진로 해외 소주 시장 중에서 '과일 소주'를 필두로 앞세웠다. 현재 베트남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하며 소주 판매 역시 최근 3개년 연평균 3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맥주 사업 역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테라' 브랜드는 지난 11월 기준 누적 판매량 50억8000만병을 돌파했다. 올해 7월 새롭게 '테라 라이트'를 선보이며 제로 트렌드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출시 한 달 만에 전국 대형마트에서 라이트 맥주 부문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오비맥주
◆국내 소주 시장에 떠오른 뉴페이스 '오비맥주'…제주소주 인수
오비맥주는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 오비맥주 '카스'가 공식 후원하며 전 세계에 한국 맥주를 소개했다. 헬시 플레져(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함께 논알코올 음료 '카스 0.0'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6월 파리올림픽 개막에 앞서 서혜연 오비맥주 마케팅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논알콜 시장이 성장세"라며 "카스 역시도 이를 주목하고 투자해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논알코올 '카스 0.0' 이외에도 제로 트렌드를 반영한 '카스 라이트'도 국내 가정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정시장에서 '카스 라이트'는 3.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년비 0.4%p 성장했다.
주사업 부문 맥주 이외에도 소주 사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오비맥주는 지난 9월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전격 인수·합병함으로써 국내 소주 사업에 첫발을 들일지 주목된다. 이번 인수로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 용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았다. 국내 소주 시장에서 새로운 오비맥주의 등장으로 '3파전' 구도가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는 동시에,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새로' 신규 광고 포스터. ⓒ 롯데칠성음료
◆다이어터들이 선택한 제로슈거 소주 '새로'… 연매출 1000억원
롯데칠성음료(005300)은 올 한 해 제로슈거 소주 '새로'로 매출을 견인했다. 출시 후 2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억병을 넘어서며 올해 3분기 소주 매출액도 전년비 5.9% 상승한 32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1월에는 단일 브랜드 연매출만 1000억원을 넘었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새로'에 살구 과즙을 더한 '새로 살구'를 새롭게 선보이며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병을 돌파했다. '새로' 광고 캠페인에 유명 배우를 대거 성우로 캐스팅하며 광고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존의 소주 제품 '처음처럼'은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주류회사 'E&J 갤로'와 글로벌 파트너십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부터 미국 소주 시장 진출을 강화했다. 미국 전역의 주류 전문 판매점에 '처음처럼'과 '순하리'를 입점시키며 판매채널을 확대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의 미국 내 소주 수출액은 전년비 40% 신장했다.
유럽 수출도 본격화한다. 올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새로' 품목 보고를 마쳤으며 5월부터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에 수출을 시작했다.
◆'하이볼'로 맛보고 위스키까지 직접 구매…위스키 시장 회복세
해외 주류 기업에서는 국내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하이볼' 트렌드를 여전히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외식·유흥채널이 축소되며 위스키 매출도 함께 하락하는가 싶었지만 회복세를 맞이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가 국세청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도매상 출고량 기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고연산 프레스티지+몰트 위스키' 시장은 8.6% 성장했다.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이후 고연산 제품 위주로 성장하는 추세"라며 "하이볼 문화와 같이 주류 카테고리가 다변화하고 가격도 다양해져서 이러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충족하기 위해 여러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윈저글로벌도 올해 8월 추석 선물세트 구성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향후 위스키 시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남경희 윈저글로벌 대표이사는 "축소된 유흥채널 시장 대비 가정채널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기에, 저조한 성과에도 더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가정용 위스키 소비 증가 트렌드에 따라, 윈저도 3년 후에 점유율 3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부터 떠오른 '하이볼' 트렌드가 올해에도 이어졌다. 하이볼로 맛본 후 소비자가 직접 위스키를 구매하게 되는 '회귀 현상'을 기대하는 곳도 있다. 지난 7월 신세계L&B와 함께 신제품 '에반 버번 하이볼'을 출시한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유흥 시장에서 가정으로 옮겨지며 다채로워진 하이볼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하이볼로 경험하고 이후 직접 위스키를 찾게 되는, 그런 회귀 현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소주, 한국인은 위스키 마시는 새로운 주류 문화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판매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하이볼 4캔에 1만2000원 판매가 익숙한 시대다. 소주는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고, 위스키는 국내 가정에 침투하는 등 두 주류 시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주류 기업들은 해외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으며 그 성적 또한 호조이다. 해외 위스키 기업들은 코로나 상흔을 차츰 회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