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현은 이제 막 궤도에 올랐다

노상현은 이제 막 궤도에 올랐다

바자 2024-12-26 16:00:00 신고

3줄요약
레더 재킷은 Fendi.

하퍼스 바자 먼저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수상을 축하한다. 꽤 긴장한 모습이던데.
노상현 긴장하고 당황하고.(웃음) 전혀 예상 못했다. 그래서 수상 소감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렇다고 또 아무 말이나 횡설수설하고 싶지 않아서 말을 고르느라 정적이 좀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 찰나의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퍼스 바자 배우라면 언젠가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는 상상을 한번쯤 해봤을 것 같다.
노상현 아주 오래전이었다. 이 일에 대해 잘 모를 때는 환상 아니, 망상을 했던 것도 같은데. 오히려 한창 일을 하는 와중에는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다. 양가 감정인데, 상을 받는다는 건 명예롭고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상을 바라보고 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상은 그냥 선물처럼 따라오는 거라 생각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달까. 그보다는 영화가 잘되고 관객들이 좋아해주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게 더 감동적이니까. 수상을 한 날, 딱 그날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기뻐했지만 그 다음 날부터는 나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다. 분위기에 휩쓸릴까 봐 내 마음을 자꾸 경계하고 있다.

스웨트셔츠, 팬츠는 Recto. 이너 셔츠는 Off-WhiteTM. 앵클부츠는 Kenzo. 선글라스, 넥타이,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이삭이 선자를 만나 자기 인생이 커진 것처럼, 본인에게 〈파친코〉가 그런 작품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파친코〉가 배우 노상현을 확장시킨 작품이라면 〈대도시의 사랑법〉은 추진력을 얻게 해준 작품일까?
노상현 확실히 큰 힘을 얻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처음 무대 인사를 경험했는데, 관객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흥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영화를 보고 힘을 얻었다고 말씀해주실 땐 정말 뿌듯했다. 이런 영화 더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퍼스 바자 성소수자 ‘흥수’는 잘못 연기하면 한없이 납작해 보일 위험성이 있는 캐릭터다. 선뜻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노상현 직관적이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그냥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연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하면 될 것 같다는. 감독님도 애드리브를 날릴 수 있는 장을 열어주기도 했고 그야말로 즐기면서 연기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실제 내 모습이 가장 많이 담겼다.

왼손 검지에 착용한 18K 화이트 골드 ‘티파니 T 트루 와이드’ 링,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8K 화이트 골드 ‘티파니 T1 와이드 다이아몬드 힌지드’ 뱅글, 그 아래 착용한 ‘티파니 T1 네로우 다이아몬드 힌지드’ 뱅글, 오른손 약지에 착용한 ‘티파니 T 트루 와이드’ 링, 소지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T 트루 와이드’ 링은 모두 Tiffany & Co..

슬리브리스 톱은 H&M. 팬츠,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경영학도에서 배우로 선회했지만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여기까지 왔다. 2015년 단역으로 얼굴을 비춘 이래 딱 10년째다. 그 시간 동안 대중은 모르는 기다림의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노상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21살 모델 일을 할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다. 일단 졸업은 해야 할 것 같아 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일을 시작한 게 스물다섯 즈음인데, 연기에 대한 열망이 점점 커지더라. 그런데 그 즈음 같이 일하던 매니저와도 이별하고, 현실과 이상이 달라서 괴로웠다. 내면에 뭔가 해결해야 될 것들이 남아 있다는 느낌. 아까도 말했듯 이 일에 대한 망상, 환상, 혼란이 내 마음 안에 다 있었다. 그걸 깨야 했다. 자존심도 상해보고, 자존감도 떨어져보고. 그런데 한편으론 이게 다 연기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믿음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알아가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연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믿음. 결국엔 내 능력치를 넓혀주고 밑거름이 될 거라는 어찌 보면 막연한 믿음이었다.
하퍼스 바자 그렇게 혼돈의 20대를 보내고 30대에 접어드니 마음이 좀 편해지던가?
노상현 29살에 뒤늦게 입대했는데 그때가 힘듦의 절정이었다. 왜 20대 때는 30대가 되면 인생이 달라질 것 같고 나는 이제 끝난 것 같지 않나. 그때까지 나는 몇 개의 웹드라마를 경험한 게 전부였다. 그게 2년이라는 공백기를 이어줄 만큼 대단한 커리어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불안했다. 그런데 군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생각이 깨끗해졌달까.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지니 쓸데없는 고민이나 부정적인 감정은 없어지고 내면을 회복하게 되더라. 전역하고 나서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노력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자존심을 내려놓으니 태도가 달라지더라. 나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들어와도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고, 나를 향한 피드백들이 아무리 부정적이어도 그러려니 했다. 그냥 도 닦는 사람처럼 모든 걸 받아들이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수도 없이 오디션을 보다가 마지막에 만난 작품이 〈파친코〉였다.

티셔츠, 이너 셔츠, 팬츠, 비니, 넥타이, 슈즈는 모두 Balenciaga.

하퍼스 바자 마침 윤여정 선생님이 이번 달 〈바자〉의 커버를 장식했다. 인터뷰에서 〈파친코〉의 선자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바가 명확히 있었다고 말씀하시더라. 당신의 경우엔 어떤가? 이삭을 연기하면서 반드시 전달하고 싶은 바가 있었나?
노상현 윤여정 선생님께는 커리어의 절정에 만난 작품이지만 내 입장에는 처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제 막 시작하는 시기에 참여하게 된 작품이다. 그렇다 보니 난 그저 무엇이 됐든 해내야만 했다.(웃음) 딱히 어떤 걸 표현하고 싶다기보다 그냥 이삭이라는 인물로 살아 숨 쉬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말들이 진실로 다가가게끔 그렇게 뱉어지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다.
하퍼스 바자 서른 즈음에 접어든 남자 배우들의 고민을 거칠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한쪽은 빨리 나이 들고 싶다, 한쪽은 나이 들고 싶지 않다는 쪽이더라. 당신은 어느 쪽인가?
노상현 20대가 훌쩍 지나간 건 좋다. 그때보다는 마음이 편하니까.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건 죽음과 가까워지는 것이지 않나. 우리는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존재고. 그래서 최대한 천천히 나이 들고 싶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내 나이로 보인다고 해서 솔직히 흠칫 놀랐다. 20대로 보일 줄 알았는데.(웃음) 쉼 없이 촬영만 해서 그런지 30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마음은 20대에 멈춰 있는 느낌이다.(웃음) 다 내 착각이었다. 나도 이제 아저씨가 다 됐구나 싶다.

톱, 팬츠, 베레, 목걸이는 모두 Dior Men.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파친코〉 전후로 노상현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나?
노상현 〈파친코〉를 찍은 다음부터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굉장히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20대 때 바란 건 요행이었던 것 같다. 결국 세상에 지름길 같은 건 없고 지금 내가 걸어온 길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는 걸 느끼니까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된다. 어쩌면 너무 빠른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상을 받아도 혹여 마음이 붕 뜰까 봐 나 자신을 다잡는 것 같기도 하고.
하퍼스 바자 MBTI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오늘 대화만 봐도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는 타입 같다. 과연 로봇이라 불리는 INTP답달까.
노상현 테스트를 해보니 T 지수가 75%나 나오더라. 로봇 맞다. 그런데 가슴이 따뜻한 로봇이다. 딱히 재밌는 이야기를 못 드리는 것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내 삶이 재밌다. 가끔 요리도 해 먹고, 청소도 하고…. 하루가 금방 간다.

18K 옐로 골드 ‘티파니 하드웨어 그레듀에이티드 링크’ 네크리스, 18K 로즈 골드에 총 1.32캐럿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티파니 하드웨어 스몰 링크’ 링은 Tiffany & Co..

톱은 Münn.

하퍼스 바자 2025년엔 넷플릭스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가 공개된다. 김은숙 작가와 이병헌 감독의 만남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램프의 지니’ 김우빈에게 대적하는 천사 역할이라고 들었다. 시놉 라인만 보면 어떤 내용일지 감도 안 온다.
노상현 장르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인데, 김은숙 작가 특유의 거대한 세계관이 펼쳐진다고 보면 된다. 여러 가지 콘셉트가 결합되어 있고 그 안에 철학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배우로선 그 세계 안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일상적이지 않은 말투 같은 것들을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쉽지 않은 과업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기대해달라.

레더 재킷, 팬츠는 Fendi.

하퍼스 바자 이제 막 신인상을 거머쥔 전도유망한 배우는 어떤 끝을 상상하는지 궁금하다. 말하자면 언제까지 연기할까?
노상현 내가 언제든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모르겠다. 그런 게 다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난 오늘만 살자 주의다. 그렇게 사니까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 같다. 난 이게 좋다.

18K 옐로 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락’ 링, 안쪽에 레이어드한 ‘티파니 락’ 링, 18K 옐로 골드에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하프 세팅한 ‘티파니 락 펜던트’ 네크리스, 18K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하프 세팅한 ‘티파니 락 네로우’ 뱅글, 레이어드한 18K 옐로 골드 ‘티파니 락 네로우’ 뱅글, 18K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티파니 락’ 뱅글은 모두 Tiffany & Co..

레더 재킷은 Versace. 팬츠는 Ami.

재킷, 팬츠는 Versace.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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