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유미개발 사내이사면서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 제안

유미개발 이사회, 최윤범·숙부·모친·고려아연 전 임원으로 구성

[포인트경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주주제안한 유미개발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소수주주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집중투표제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유미개발 법인등기를 확인해 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재 유미개발 사내이사에 등기되어 있고, 유미개발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을 포함해 최창영·최창근·유중근·남원우 등 총 5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최창영·최창근 사내이사는 최윤범 회장의 작은아버지이고, 유중근 사내이사는 최윤범 회장의 어머니다. 남원우 사내이사는 2023년까지 고려아연 재경본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유미개발 대표로 재직중이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유미개발은 최윤범 회장 및 최회장 특수관계자가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다.

유미개발은 지난달 말 약 70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매수하며 특수관계자인 최윤범 회장을 뒤에서 지원했다.

고려아연은 현재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현재 정관을 개정하고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소수주주의 제안이 필요한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본인 회장 일가·특수관계인들이 지배하고 경영하는 회사인 유미개발을 동원하여 고려아연측에 집중투표제를 제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은 지난 10일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를 전제로 한 집중투표를 청구했다. 다만 집중투표로 뽑을 이사 후보자는 추천하지 않았다.

집중투표제는 원래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의 선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미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2대주주 최윤범 회장이 1대주주인 MBK파트너스·영풍에 이사회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해당 제도를 찾아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측은 "오랫동안 법률사무소와 내부 법무팀에서 검토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소수주주 입장에서도 집중투표제가 도입돼 나쁠 게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유미개발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일가의 회사인데, 본인 회사로 하여금 고려아연에게 집중투표제를 제안한다는 것이 법의 오·악용이 아니겠냐"고 하며, "법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을 규정한 것인데, 최회장의 이런 방식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며, 법의 해석관점에서도 무리수다"라고 덧붙였다.

MBK·영풍은 24일에 "표 대결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 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며,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개정 통과를 전제로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