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HD현대그룹이 조선업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 행보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 평가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 조선 부문 중간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1월 29일 신약 개발 기업 에이엠시사이언스(AMC사이언스)를 설립하고 27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AMC사이언스는 당초 서울아산병원의 사내 독립 기업으로 설립됐다. 회사명 AMC 또한 서울아산병원의 영문명인 (Asan Medical Center)에서 유래했다. 아산병원이 보유한 풍부한 임상 연구자원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재 1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했으며, 몇 가지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라면서 “다만,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이 장기적이고 고비용을 수반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는 매출 없이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지원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에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가까운 연구개발비가 소요된다고 평가한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시기와 상황을 고려해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며 “연구개발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에 따라 추가 자금 투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AMC사이언스는 조직과 연구개발 인력을 갖추고 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이지만, M&A(인수합병)나 기술도입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독립 운영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아산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아산병원을 운영 중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 9일 AMC사이언스에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아직 아산병원과의 시너지 효과는 구체화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했다.
HD현대그룹이 기존에 투자해온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메디플러스솔루션 등과의 시너지도 기대되지만, 그룹 측은 “각 사업 분야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MC사이언스의 설립은 조선업 중심이던 HD현대그룹이 헬스케어 및 신약 개발로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는 롯데, SK 등 대기업들이 CDMO(위탁개발생산)에 진출한 것과는 차별화된 접근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CDMO는 공장 설비 등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신약 개발은 초기 투자 부담이 비교적 적고, 초기 임상 단계에서도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며 “HD현대의 신약 개발 진출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선택이자 장기적 관점의 투자”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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