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주도·기획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고위 군 장성, 경찰 고위직 등이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수 차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삼청동 안가를 바(bar)로 개조하려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폭로하자 대통령실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24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에서 방금 나온 공식 입장"이라며 "오늘 일부 언론 매체에서 '대통령 측이 삼청동 안가를 술집 바 형태로 개조를 시도했다'고 보도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관련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인 바, 추측성 보도의 자제를 당부드린다"며 "해당 지역은 보안을 요하는 통제구역인 만큼 보도상 언급 자제를 거듭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나 보안구역인 '삼청동 안가'의 존재가 수면에 떠오른 것은 오히려 12.3 비상계엄 모의를 주도한 자들에 의해서였다.
앞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조사에서 '계엄 발표를 앞둔 지난 3일 저녁 7시께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장악 기관 목록 등이 적힌 A4 문서를 전달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조사하면서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말 신원식 전 국방장관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등을 삼청동 안가로 불러 '조만간 계엄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모의가 아닌 '송년 모임'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도 계엄 선포 다음날이자 계엄 해제일인 지난 4일 밤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을 가진 사실을 이 처장이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윤건영 의원이 '안가 개조' 등의 제보 내용을 폭로한 것은 이같은 정부 고위직들의 회동이 대통령 안가에서 진행된 것을 "대통령경호처가 몰랐을 리 없다"며 경호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윤 의원은 2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가는 안전가옥의 줄임말로, 총이나 탱크 등 무력으로부터의 안전이라기보다는 세상의 시선으로부터의 안전이다. 기록이 남지 않는 곳"이라고 설명하며 "예를 들면 외부인이 청와대에 들어갈 때 별도 출입조치가 필요하고 내부인도 기록에 다 남지만 안가는 기록이 없다. 그래서 군사정권 시절,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궁정동이나 삼청동에 안가가 많이 있었고 가수들 불러서 술판 벌이고 했던 곳, 박정희 피살사건이 벌어졌던 곳도 안가"라고 했다.
윤 의원은 "문민정부(김영삼 정부) 들어서 그 안가들 거의 다 없앴다"며 다만 삼청동 안가는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유지됐고 "대통령이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되는 사람들, 경호처의 언어로 '귀빈'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안가 회동은 "대단히 예외적"이라며 "아마 (안가의) 성격이 변화된 것 같다. 통상적인 안가 사용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안전가옥이어서 대통령이 사용하는 것인데, 가끔 예외적으로 대통령이 위임하거나 허가한 사항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비서실장한테 '이런 일들을 해봐라', '누구를 만나봐라'라고 미션을 주는 경우는 있다. (김용현 전 장관이 군 장성들과 여러 차례 안가 회동을 한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고 기괴한 것"이라고 짚었다.
윤 의원은 "안가 관리는 모두 경호처가 한다. 청와대 근무하는 사람들도 안가의 존재를 모를 뿐만 아니라 가본 사람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비밀·보안 장소인데 경호처가 모르게 들락날락거리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이런 군 장성들 모임을 경호처가 몰랐을 리는 100%, 아니 200%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호처장이 핵심"이라며 "계엄 당일 대통령이 쪽지 들고 비화폰 들고 왔다갔다 했다는 걸 모두 다 아는 사람이 경호처장이고, 특히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찰대 2기로 이번에 경찰에서 내란에 가담했던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직계 선배다. 조지호·김봉식 두 양반이 안가로 들어왔을 때 경호처장이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청동 안가의 기능을 다르게 활용한 것이고, 기존에 대통령이 귀빈들 만날 때 썼던 안전가옥이 아니라 특정한 용도를 가지고 썼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제보받은 게 있는데, 정권 초기에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측에서 삼청동 안가를 개조하려고 했다는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어떻게 개조하려고 했냐, 술집의 바(bar) 형태로 안가를 바꿔달라고 했다는 것"이라며 "안가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사후취재나 검증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신뢰할 만한 제보였다. 그 업(건설업)을 하고 계신 분에게 오퍼가 정확하게 갔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보를 받았을 때는 저도 황당했다. '어떻게 안가를 바로 바꿀 생각을 하지'라고…"라며 "솔직히 제보받은 지 꽤 됐는데, 국회에서나 언론에 말씀을 안 드린 이유가 상상력이 너무 비약됐지 않느냐.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보니까 실현 가능하겠는데?'(싶었고), 그리고 술자리를 겸한 작당 모의, 과거 군사정부 때처럼 그런 게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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