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단기납 종신이요? 환급률도 줄어드는데 굳이 7년 동안 돈 묶어두고 가입할 이유가 있을까요?”
한때 130%가 넘는 환급률로 인기를 끌었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경쟁 과열로 인한 해지율 조정 등으로 인해 종신보험 매출 증대에 대한 보험사 부담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환급률을 110%대로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은 7년 납입 종신보험 환급률을 122.1%에서 119.2%로 떨어뜨렸고, 삼성생명도 122.3%에서 119.2%로 낮췄다. 동양생명의 환급률도 118.9%로 떨어졌다. 신한라이프는 내년 1월부터 환급률을 변경할 예정이며 타 보험사들도 환급률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H종신 상품의 7년납, 10년납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생명과 iM라이프 또한 일부 단기납 종신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단기납 종신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 관계자는 “장기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판매 중단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상 4월에 상품 개정이 이뤄지는 만큼 3월까지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빨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사망 보장 중심의 전통 종신보험 전성기 이후 등장한 단기납 종신은 생명보험사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아왔다. 수십 년간 납입해야 했던 종신보험의 매력도가 떨어지던 추세에서 7년이나 10년 만기 시 비과세로 보험료 120~130%를 돌려받는 단기납 종신은 안정적으로 목돈을 모으고자 하는 금융소비자에게 강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40만28건이었던 종신보험 신계약은 올해 상반기 186만3521건으로 30% 넘게 늘었다. 동시에 올해 상반기 종신보험을 판매한 생보사 20곳의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건수는 총 2814건으로, 1년 전(2477건)보다 13.6% 증가했다.
그러나 생보사간 단기납 종신 판매 경쟁이 과열되고 불완전판매 민원이 늘자 금융당국은 자제 권고를 내렸다. 그 결과 지난 1월 135%까지 뛰었던 환급률은 4월경 120%대로 떨어졌고, 현재는 11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생보사 주력 상품 빗겨나는 단기납 종신…수익성 ‘악화’
다만 금융당국의 자율적 시정 권고에 따랐던 올 초와는 업계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리인하라는 리스크에 신회계기준(IFRS17)에 대한 규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된 IFRS17으로 인해 보험사들은 ‘미래에 대한 가정’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됐다. 해당 제도 하에서는 보험사의 재무성과가 계리, 즉 보험사의 회계적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자가 중간에 보험을 해지하는 비율인 ‘해지율’이라는 지표를 보면, 해지율을 높게 잡을 경우 돌려줄 돈이 적어져 당장의 실적이 좋아 보이지만 돈을 돌려줄 시점에 예상보다 많이 나가게 된다면 미래 실적이 나빠지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보험사들에 예상 해지율을 높일 것을 주문한 상태다. 이렇게 될 경우 보험사는 미래에 지급해야 할 해지환급금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늘어날수록 요구자본 또한 늘어나는 상황이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자본관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된 점도 악재로 예상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과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에서 환급률이나 저축성 강조한 마케팅을 하지 않도록 꾸준히 권고를 내려 왔지만 그간 눈치껏 경쟁이 지속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환급률 인하의 경우 금리인하로 인해 위기감을 느껴 온 보험사들이 금융당국 규제까지 겹치면서 단기납 종신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제 3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해지율 가정 변동에 따른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위축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보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던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변동 등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하며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2025년은 보장 시점이나 보장 횟수, 납입면제, 인수기준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이거나 전속 설계사 비중이 높은 보험사가 신계약 확보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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