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기사] [2024 결산] 보험업계, 회계제도에 희비…역대급 실적 잔치 끝났다

[발제기사] [2024 결산] 보험업계, 회계제도에 희비…역대급 실적 잔치 끝났다

직썰 2024-12-24 18:22: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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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는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달성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연합뉴스]
보험업계는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달성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연합뉴스]

올해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제·산업계에 훈풍이 예상됐으나, 소비심리 회복지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정치 혼란까지 더해지며 경제·산업계의 투자 방향 또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썰> 은 올 한 해 경제·산업계에서 발생한 이슈와 현황을 분야별로 결산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직썰 / 손성은 기자]올해 보험업계는 회계제도에 울고 웃었다.

지난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발맞춘 상품 판매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하반기 금융당국이 보험사가 새 회계제도를 ‘실적 부풀리기’에 이용하고 있다며 ‘회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실적 후퇴가 예상된다.

아울러 동양생명, ABL생명, MG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나오며 잠잠했던 보험업계 인수합병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았다.

◇ 3분기 순익 14조 육박…IFRS17 맞춤 전략 주효

금감원에 따르면 올 3분기 22개 생명보험사와 31개 손해보험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3조398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2% 늘었다.

이중 생보사 순이익은 5조307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6%, 손보사 순이익은 8조907억원으로 13.6% 커졌다.

보험상품 판매 확대로 보험손익이 개선되고, 고금리 기조로 이자‧배당수익이 커지며 투자손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보험업계의 3분기 보험손익은 12조338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6% 늘었고, 투자손익은 5조3326억원으로 39.79% 커졌다.

보험업계는 올해 호실적 배경 1순위로 보장성(생명보험), 장기(손해보험)상품 판매 확대를 꼽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보장성보험수입보험료는 40조71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0% 늘었다.

같은 기간 장기보험 수입보험료는 51조91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2% 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기간에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받을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영업을 했다”며 “하지만 새 회계기준 아래에선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보험료가 들어오는지가 핵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IFRS17 도입을 상품 성향도 바뀌었고 보험사도 고객 계약을 유지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등 변화가 많았다”며 “상황이 바뀌면서 보험손익도 자연스레 개선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신수정 기자]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신수정 기자]

◇ 실적 부풀리기 논란…칼 빼든 금융당국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은 단기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 11월 4일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올해 연말부터 보험사 신지급여력비율(K-ICS) 산출시 단기납 종신보험 등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의 위험 반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험사가 새 회계기준을 악용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됨에 따라 나온 조치다.

IFRS17은 보험사들이 각사 상황에 맞게 보험이익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업계 안팎에는 보험사들의 무·저해지환급형 상품 해지율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가정하고 영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21년 30.4%에 불과했던 무·저해지환급형 상품 신계약 비중은 올 상반기 63.8%로 급등했다.

당국은 무·저해지환급형 상품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보험사들이 이를 사용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에 손을 대면서 보험업계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고 당장 순이익 감소 등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새 회계기준에서 주요 수익성 지표로 부상한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저해지상품의 보유계약 비중이 높은 경우 기존 계약서비스마진(CSM) 대비 7~9% 정도의 높은 한 자릿수 감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생명보험업계 6위 동양생명은 우리금융그룹으로의 인수합병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동양생명 전경. [동양생명]
생명보험업계 6위 동양생명은 우리금융그룹으로의 인수합병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동양생명 전경. [동양생명]

◇ 동양‧ABL생명, MG손보 매물…인수합병 시장 활기

동양생명과 ABL생명, MG손보이 매물로 나오며 잠들어 있던 보험업계 인수합병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우리금융그룹 인수합병 직전이다.

지난 8월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측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하기로 했다.

동양생명은 국내 22개 생보사 중 수입보험료 기준 6위로 지난해 기준 총자산 33조원, 당기순이익 2000억원 규모다

ABL생명은 업계 9위로 총자산 17조원, 당기순이익 800억원 규모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통해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관련 검사 결과 발표를 뒤로 미루면서 인수 작업 완료 시기를 점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MG손보는 메리츠화재 품에 안길 가능성이 크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9일 MG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

메리츠화재는 정밀 실사를 통해 MG손보 인수 여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업계 2위 DB손해보험을 바싹 추격하게 된다.

메리츠화재 CSM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4687원으로 MG손보 CSM 6774억원을 더하면 11조1461억원이 돼 DB손보(12조1524억원)와의 격차를 1조원 차이로 좁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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