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에 착수한 데 대해 총리실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좀 더 심사숙고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체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신뢰를 잃게 되면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우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행에 대한 탄핵으로 권한대행 체제까지 무력화될 경우 "그게 결국은 대외 신인도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 대행도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제사회가 매순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예측가능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국제사회를 향해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치 기울어짐 없이 이루어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야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행은 거듭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강조하며 야당이 요구하는 '쌍특검(내란 일반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위헌적 요소가 많아 그대로 공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쌍특검법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앞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던 이유를 환기하며 "그런 흠결이 전혀 수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특검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도록 한 위헌적 조항이 여전하며, 내란 특검법 역시 "같은 결함을 갖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그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결정하겠다"면서도 "재판관과 검사가 같은 쪽에서 원사이드에서 추천돼 넘어왔다"고 했다. 탄핵소추의 주체로 사실상 검사 역할을 하게 된 국회가 판사까지 지명하는 것은 탄핵심판을 받는 윤 대통령에게 불공평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국민의힘의 반발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한 대행 측의 이같은 주장은 수위만 완곡할 뿐, 위헌‧위법성을 내세우며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반복하고 야당을 자극했던 윤 대통령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히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와 대통령 배우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인 만큼, 여권의 입김이 배제돼야 한다는 여론 및 법조계 시각과도 차이가 크다. 한 대행 역시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다만 총리실 관계자는 한 대행이 26일 열리는 여야정 협의체 등에서 여야 타협을 당부한 데 대해 "민주주의라가 다수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이 너무나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그야말로 행정적인 잣대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라고 했다.
하지만 여야 간 정치적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에 대해 한 대행이 국회로 공을 떠넘기고 결정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이에 총리실 관계자는 "회피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화합과 단합"을 다지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한 대행도 "안정된 국정운영을 제 긴 공직생활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탄핵피소추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계엄 수사와 탄핵 심판으로 '통치 리스크'가 국내외적으로 최대 위기인 국면에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는 한 대행마저 좌고우면 행보를 거듭하자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압박을 끌어올렸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내란특검' 및 '김건희 특검법' 처리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할 일로 규정해 국정협의체 논의 대상으로 삼자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며 "두 사안 모두 국회의 논의와 결정 단계를 거쳐 대통령과 정부로 넘어간 사안"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고 한 대표가 이에 대한 즉각적인 임명을 미룰 경우 곧바로 탄핵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한인 다음 달 1일까지 숙고하겠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 한 대행의 몸사리기가 길어질 경우 '권한대행 탄핵'까지 겹쳐 정국 불안정성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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