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K-방산은 2024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폴란드, 호주 등 주요국과의 대규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4대 방산업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KAI, LIG넥스원)의 3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7,428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9% 성장했다.
하지만 연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키르기스스탄, 스웨덴 등 주요국 정상의 방한이 잇따라 취소되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로 바이 아메리칸 정책 강화 우려가 제기되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특히 방산 수출이 정부간 계약(G2G) 형태로 이뤄지는 특성상, 국가 신뢰도 하락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K-방산의 성장 동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올 한해 K-방산의 성과와 과제를 되짚어본다.
글로벌 안보 불안 속 K-방산 황금기...방산업체 실적 '역대급'
글로벌 안보 불안과 K-방산의 기술력 인정으로 국내 4대 방산업체가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3조 9,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대폭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 손재일)는 3분기 누적 매출액 6조 4,151억원, 영업이익 8,322억원을 기록하며 방산 부문 선두 자리를 지켰다.
올해 초 루마니아와 1조 3,828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패키지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에는 폴란드와 2조 2,000억원 규모의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현대로템(대표 이용배)은 매출액 2조 9,358억원에 영업이익 2,94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수출 계약의 후속 물량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올해 들어 노르웨이, 체코 등 유럽 국가들과의 방산협력 MOU를 잇달아 체결하며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대표 강구영, 이하 KAI)는 매출액 2조 5,389억원에 영업이익 1,985억원을 기록했다.
FA-50 경공격기의 폴란드 수출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경공격기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는 등 항공 방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LIG넥스원(대표 신익현)도 매출액 2조 1,085억원, 영업이익 1,680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올해 초 UAE와 천궁-II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체계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장거리 대공 미사일 '천궁-III'의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충남 계룡대에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는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을 보여줬다.
26개국 47개 대표단과 15개국 365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방산 관계자 3만여 명과 해외바이어 2,100여 명이 방문해 200여 건의 구매계약과 상담이 성사됐다.
일반인을 포함한 총 방문객 수는 11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는 방산 수출 2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10조 원 이상의 무역금융을 공급했다.
전 세계 방산 거점 무역관을 32개로 확대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민군협력지원과' 신설과 함께 첨단 방산 소부장 분야에 연구개발 자금 4,000억 원을 투입하며 수출 지원을 강화했다.
방산 빅4, 글로벌 공략 위한 조직 대개편...기술 유출은 '비상'
국내 방산 빅4가 2024년 조직 쇄신과 대대적 인사를 단행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각 기업은 자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포석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가장 공격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12명의 신규 임원을 발탁하며 리더십 강화에 중점을 뒀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글로벌 인재 영입이다.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쿨터 내정자는 미국 정부와 방산업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쿨터 대표의 미국 정부·방산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육해공 통합 솔루션 제공으로 글로벌 초일류 기업 도약을 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K2전차의 폴란드 수출 성과를 이끈 이정엽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에 앉혔다.
이는 방산 수주 실적을 인정하며 해외시장 확대를 가속화하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KAI는 '퀀텀 점프와 비전 2050' 실현을 위해 3부문 1원 2본부 2센터 체제를 5부문 1원 4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수출마케팅부문을 신설해 고정익, 회전익, 무인기, 위성 등 패키지형 수출전략을 추진한다.
강구영 KAI 사장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수출역량 강화와 미래기술 선제적 확보, 생산 효율화 등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LIG넥스원은 미래전장사업의 수주 경쟁력 강화와 MRO 수출 확대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C4ISTAR사업부문을 C5ISR사업부문과 미래전장사업부문으로 분리하고, MRO수출팀을 신설했다.
이는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래전장사업부문은 무인기, 우주 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방산업계의 최대 화두인 8조 원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둘러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양측의 고소·고발 취하로 새 국면을 맞았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고소·고발전으로 번졌던 갈등이 양측의 취하로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 함정 MRO 시장과 캐나다·폴란드 잠수함 프로젝트 등 글로벌 함정 시장을 겨냥한 '원팀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자 선정을 두고는 여전히 물밑 경쟁이 전개될 전망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방산기술 유출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확인된 방산기술 유출 사례가 15건으로, 지난해 5건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북한 해커들이 헤드헌터나 해외 방산업체 대표로 위장해 국내 방산업체 직원들과 접촉하며 악성코드가 포함된 이메일로 기술을 빼내가는 수법이 주를 이룬다.
대형 방산업체는 물론 보안이 취약한 중소 협력업체까지 표적이 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방산기술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내년 6월 시행되는 개정 방위산업기술 보호법은 기술 유출 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20억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도록 처벌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아울러 방위사업청은 중소 협력업체의 취약점 진단과 모의해킹 훈련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선제적 예방책도 강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수사인력을 확충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승장구하던 K-방산, 연말 정치 리스크에 '휘청'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K-방산이 연말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한 국정 공백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것이다.
4대 방산업체 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국방부 장관 공석이라는 리더십 공백으로 수출 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KAI 사천공장 방문 취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 건너뛰기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로템의 폴란드 K2전차 2차 계약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은 K-방산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NATO 회원국들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을 예고했고, 이는 K-방산의 유럽 시장 진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협력 의지를 표명한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의 조선 건조 능력이 글로벌 19위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주요 방산업체 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한다.
9개 대기업과 10여개 중견·중소기업이 참여해 국정 공백 최소화와 트럼프 행정부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인 방산 특성상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면서도 "방사청을 중심으로 한 실무진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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