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불과 몇 주 남겨 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연방 사형수 40명 중 37명의 형량을 감형한다고 발표했다. 연방 사형을 확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에 잠재적으로 차질을 줄 수 있는 결정이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에 공화당 측에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는 대통령이 법을 준수하는 국민들이 아닌 범죄자의 편에 섰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전까지만 해도 연방 차원의 사형 집행은 비교적 드물었다. 그러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130년 만에 처음으로 권력 이양기에도 사형을 집행하는 등 대거 집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오는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다시 연방 사형 재개를 공언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기에 임기 초 법적 다툼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알아봤다.
비판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의 감형 결정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연방 사형수 40명 가운데 37명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한다고 밝혔다.
감형 대상이 되지 못한 사형수 3명은 지난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의 범인인 조하르 차르나예프, 2018년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격을 난사해 11명의 신도를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해 사형을 선고받은 로버트 바워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마더 에마누엘 AME'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흑인 신도 9명을 살해한 죄로 2017년 사형 선고를 받은 딜런 루프다.
이번 감형 조치에 대해 '국제 앰네스티'와 같은 인권 단체들은 널리 환영했으나, 일부 공화당원, 트럼프 측 인수위원회 등에서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청 대선캠프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들은 세계 최악의 살인자 중 하나이며, 조 바이든의 이 끔찍한 결정은 피해자, 그 가족들, 피해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법치주의를 지지한다. 그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법치주의를 확실히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 텍사스의 칩 로이 연방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결정은 "비양심적"이며, "정의를 흔들기 위한"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화당원인 아칸소주의 톰 코튼 연방 상원의원은 "법을 준수하는 미국인과 범죄자 중에 선택해야 할 때 바이든과 민주당은 매번 범죄자를 선택한다"며 날을 세웠다.
일부 피해자 가족들도 분노를 드러냈다.
2017년 은행 강도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헤더 터너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감형은 "심각한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터너는 "(바이든) 대통령은 단 한 번도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감형 조치는 약 2200명에 달하는 주 차원의 사형수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감형 권한이 없다.
사형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이번 대선 운동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연방 사형을 다시 집행하는 한편, 아동 성폭행이나 마약 및 인신매매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 미국 시민이나 경찰관을 살해한 이민자 등 더 많은 범죄자들이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022년 대선 출마 당시 트럼프는 "이들은 국가 곳곳에서 발생한 살인, 학살, 범죄 등에 책임이 있는 잔인무도한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마약을 판매하다 적발된 모든 이들도 이러한 악랄한 행동에 대해 사형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론적으로 연방 차원의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연방법은 약 40개 정도로, 그 죄목은 마약 관련 총격 사건부터 대량학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간첩죄, 반역죄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반드시 사망한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구체적으로 연방 사형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관련 세부사항은 거의 밝히지 않았다.
아직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공약에 대해 인권 운동가들은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일례로 미국의 비영리 인권 단체인 '미국 시민 자유 연맹'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마지막 6개월간 벌인 대량 살인"을 확대하겠다는 "등골이 서늘한" 계획을 품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계획을 실제로 실천에 옮기리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에 사형 집행된 이들 중에는 수감자 중에는 1953년 이후 연방 정부에 의해 사형된 최초의 여성인 리사 몽고메리, 연방 사형수 중 유일한 아메리카 원주민인 레즈몬드 미첼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실제로 연방 사형제를 확대할 수 있나?
살인이 아닌 범죄에도 사형을 선고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연방 사형 확대 계획은 결국 법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지난 2008년, 연방 대법원은 아동 성폭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며, 살해된 피해자가 없는 범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국가 면책 등록소'에 따르면 피해자가 아동인 사건인 경우 특히 부당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쉽고, "극도로 감정적"일 수 있으며, 가족들이 서로 대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방 차원으로 사형을 내릴 수 있는 범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올해, 공화당 소속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이자 트럼프 지지자인 안나 폴리나 루나 의원은 아동 성착취물 소지는 물론 아동 인신매매, 착취, 학대에도 사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자는 법안 2건을 제출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또한 사형 사건의 경우 재판에만 몇 년이 걸리고, 항소 절차도 길기에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거 축소한 연방 사형수 인원을 다시 빠르게 채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주 차원의 형 집행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권한은 없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사형 찬성 입장이 주 차원의 사형 집행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시민 자유 연맹의 법률 담당 차장이자 '정의와 평등을 위한 트론 센터'의 이사인 야스민 케이더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형사 법률 제도의 맥락을 포함한 여러 사안에 대해 주지사들이 강경한 태도를 취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방 정부와 군 차원 외에도 미국 내 27개 주에서 여전히 사형 제도를 행하고 있다.
올해 10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53%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살인범에 대한 사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년 전의 50%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 국제 앰네스티, '전 세계적으로 사형 집행 31% 증가'
- 미국서 전 세계 최초의 질소 가스 사형, 결국 집행돼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총살형' 집행 법안 하원 통과
- 미국, 67년만에 여성 사형수 형 집행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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