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의 진로코칭] (94)천사는 날개가 없다

[배상기의 진로코칭] (94)천사는 날개가 없다

한국대학신문 2024-12-24 16: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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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
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

필자가 생각하기에 천사는 날개가 없을 것 같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크리스마스 절기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여한 여러 천사의 이야기가 성경에 나온다. 하지만 날개로 날아왔다는 기록은 없다. 다만 하늘에서 내려와 마리아에게 나타났고, 목자들에게 나타나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려주고 홀연히 떠났다고 할 뿐이다. 그 천사들이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줬다. 천사는 날개가 없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남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천사의 일을 하는 천사도 많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가까운 사람에게 천사의 역할을 하라는 소명을 맡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많은 분이 필자에게 천사였다. 새로운 깨달음을 줬고, 위험에서 구해줬으며, 기쁨과 행복을 함께 할 수 있었다. 필자의 진로를 돌이켜 보면 많은 천사가 필자를 인도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필자의 진로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 천사들을 생각하면 매우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런 면에서 필자도 많은 분에게 천사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한 천사가 아닌 악의 천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과 죄스러움, 그리고 무서움이 밀려온다. 필자가 이 지상에서 하는 일이 남편이자 아버지, 교사의 역할이었는데, 하늘의 뜻을 제대로 전하는 선한 천사였는지는 자신이 없다.

필자는 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부모와 상담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모두 서로에게 천사라는 것을 많이 확인했다. 자녀의 탄생으로 부모는 아주 행복한 양육의 시절을 보낸다.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날개도 없고, 3차원을 극복해 하늘을 날아오를 수도 없고 부모를 날게 할 수는 없지만 부모를 기쁘고 행복하게 한다. 아주 선하고 행복을 주는 천사다. 아울러 부모는 어린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천사다. 부모로 인해 아이들은 행복하다. 자신을 향해 웃어주고 안아주고, 자신의 반응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모는 어린이에게는 천사다.

이런 선한 천사가 점점 그 속성이 변한다. 자녀를 키우면서 선한 천사였던 적이 전혀 없던 것처럼 되기도 한다. 자녀와 함께 하는 행복에서, 앞으로 자녀가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도록 돕는 역할로 바뀌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자녀의 미래가 불안한 부모가 자녀의 현재를 미래에 저당잡으면서 자녀와 부모 사이에는 감정의 앙금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녀의 존재에 대한 사랑보다는 자녀의 성과에 집착하면서 간섭하려는 천사의 모습으로 부모는 변한다. 이에 대한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인정을 받고 싶은 자녀는 감사함보다 반항이나 무기력한 모습의 천사가 돼간다. 어릴 적에는 서로가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선한 천사였지만 말이다.

이런 변화 과정은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의 입장, 과거부터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을 기대하는 자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와 부모라는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에 자녀는 부모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선한 천사였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자녀의 성장과 성과가 부모를 불안하게 한다고 해도, 자녀는 부모의 아름다운 천사였다. 지금은 성과가 미흡하고 성장이 느린 것과 같아도, 미래에는 어떻게 성장할지 모른다. 지금의 현상만으로 섣불리 자녀의 인생 전체를 판단해 단죄하는 천사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한없이 자애로운 천사였고, 자녀는 부모를 무한하게 행복하게 하는 날개 없는 천사였다. 지금 부모와 자녀 사이에 미운 마음이 있다고 해도 부모와 자녀가 ‘천사’라는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두 천사 사이의 미운 마음은 날개 달린 천사가 와서 해결할 수 없다. 날개 없는 부모 자녀가 서로에게 천사가 돼, 서로의 눈을 다정히 응시하고,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말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에, 자녀와 부모는 서로에게 날개 없는 천사라는 점을 다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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