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고려아연이 다음 달 임시주총 안건으로 내놓은 '집중투표제'에 MBK·영풍이 법률 위반이라고 반대하자 억측에 불과하다고 바로 반박했다.
특히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안건들에 대해 ‘이사회 장악’ 계획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소액주주 권익보호 장치이자 이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안인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반대하면서 내놓은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24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제도 자체는 좋지만 자신들이 요구한 임시주총에서는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라며 "이는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오로지 고려아연을 통째로 넘겨받는 데만 몰두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MBK·영풍은 보도자료에서 스스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보호 방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소액주주 및 시민단체, 정치권 역시 이를 의무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MBK·영풍측은 자신들의 유불리에 맞춰 소수주주 보호장치를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도입하면 안 된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자신들이 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내세운 14명의 무더기 이사 선임안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습"이라며 "MBK·영풍 측에 있어 소액주주 권리 보호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MBK·영풍도 '소수주주 보호 제도'로 인정한 '집중투표제'"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함에 있어서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씩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MBK·영풍이 입장문에서 스스로 밝혔듯 대표적인 ‘소수주주 보호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높은 지분율을 가진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고, 소수주주 연합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내세울 수도 있어 이사회 다양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소액주주단체들은 물론 시장에서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소수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 중으로,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올해 3월 열린 KT&G와 JB금융지주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집중 투표제를 활용해 자신들이 지지하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시킨 바 있다.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경우 적은 지분율로도 기업 이사회를 뚫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인 만큼,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대표적 제도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MBK·영풍은 물론이고 연기금과 기관, 소액주주 단체 등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 역시 선임이 가능해 이사회의 다양성이 한층 강화된다. 이는 현행 이사회와 최윤범 회장 등 현경영진의 기득권을 상당수 내려놓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은 MBK·영풍의 주주 제안과 동일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전체 주주가 판단할 사안이다.
◆ "정관변경 조건부 집중투표제 도입절차 적법... 선례도 다양"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다른 소수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몰랐기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면 행사했을 수도 있는 이사 후보 추천권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한 것에도 반박했다.
상법 제542조 7을 보면 집중투표제의 제안은 총회일로부터 6주 전까지 제출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회사와 주주 모두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장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는 회사에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것은 위 상법상 적법하다.
정관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라 집중투표청구를 주주제안 할 수 있고, 회사는 이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법조계 해석과 실례 등에 따르면 주주총회에서의 정관 변경 안건은 가결되는 즉시 정관 변경의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후속 안건을 제안하고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것 역시 절차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MBK·영풍 측은 절차가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MBK·영풍 측이 지난 공개매수 과정에서 2차례에 걸쳐 재탕가처분 제기했다 모두 기각됐던 선례를 떠오르게 한다. MBK·영풍 측의 법률적 주장은 대부분 틀린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실제 정관변경안이 가결됨을 전제로 상법상 6주 전에 주주제안 안건이 상장된 사례는 많다.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수 상한 10인 중 9명의 이사가 선임돼 있는 상황에서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 변경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바 있다.
또한 2021년 3월 한진의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변경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바 있고, 2018년 11월 삼부토건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유사한 안건 상정이 합법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정관 변경 가결을 전제로 후속 안건을 제안하고 상정하는 절차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상법에서도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않은 회사’에 대해서만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를 다른 조건부 안건의 주주 제안과 다르게 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고려아연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는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에 대해 집행 기능의 책임 및 전문성을 높이고, 이사회의 감시 기능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 주주권익 보호라는 대의보다는 경영권 확보에만 매몰돼 합리적 제도의 도입조차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주총 안건으로 확정한 집중투표제 도입이나 이사 수 상한 설정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 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자문사들이 적극 권고하는 사항이란 점 또한 MBK와 영풍 측은 관심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MBK·영풍이 제안한 대로 14명의 이사가 무더기로 선임될 경우 이사 수는 30명에 육박하게 된다.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이사회’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적정 이사 수로 19명 설정을 제안한 것은 국내외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의 권고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또한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 주식 액면 분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들도 안건으로 상정했다.
경영진이 단독주주 및 소수주주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명시하고, 소수주주가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설명을 청구하는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소수주주보호 규정을 비롯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간배당에 더해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분기배당’ 안건, 소액주주를 비롯해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액면분할 등 주주친화정책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회사와 주주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든 수용하겠다는 것이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의 진심"이라며 "MBK·영풍의 집중투표제 비난은 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장애라는 판단에 기인하는 듯하나, MBK·영풍도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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