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국민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사모펀드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업을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전국 성인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7.5%가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긍정적’이라는 응답(21.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합병이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60%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9%에 그쳤다.
사모펀드가 내세우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응답자의 61.1%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신뢰한다는 답변은 18.6%에 불과했다.
이는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과정에서 제시하는 명분이 국민들에게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의 약점을 파고들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사례들이 늘면서 여론이 더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려아연, 한진칼, 한국앤컴퍼니,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기업들에서 사모펀드 개입으로 갈등이 격화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있거나 주주 간 지분 격차가 작은 기업들은 사모펀드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아연의 경우,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로 국민적 반발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5%는 MBK파트너스의 인수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성장성을 해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64.8%는 인수 이후 기술 및 핵심 인력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국민들에게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개입이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가 단기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핵심 자산 매각, 구조조정, 비용 절감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점도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익 창출 방식이 기업의 미래 성장보다 단기 실적에 집중되면서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의 긍정적 역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민간 자본을 활용해 기업 유동성을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돕는 방식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사모펀드가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동시에 시장 감시와 관리 감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모펀드의 역할은 중요하다”면서도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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