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위태로운 전환의 시대에 우리의 창조적 조정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우리의 생존기회를 높이기 위해 인간의 물질적 살림살이라는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칼 폴라니는 말했다. 칼 폴라니는 경제가 사회와 문화 속에 착근된 방식을 강조하는, 경제학을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실질주의의 주창자이다.
그의 책 '거대한 변환'은 역사사회학에서 하나의 모형이 되었고, 그의 이론은 경제 민주주의 운동의 기반이 되었다. 칼 폴라니의 책 '거대한 변환'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체제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 요인을 위로해 본다.
우리는 그렇게 거대한 변환의 한 해를 아쉬움으로 보내고 가슴 벅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를 뒤돌아 보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아무리 힘들게 지난 한 해를 보냈더라도 우리는 늘 새해가 또 다른 기쁨과 새로운 희망을 주리라 기대를 한다.
지난 한 해 우리는 경제침체의 어려움 속에서 정치적으로도 우울하고 답답한 한 해를 보냈다. 경제에 있어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극심한 경기 침체는 우리 경제에 크나큰 어려움을 주었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외적 악재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지만 민생 경제에 대한 정책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미국 증시에 춤을 추고, 아무리 달러 보유율이 높다고 해도 환율이 오르는 시장의 불안정, 부동산대책을 내놔도 움직이지 않는 시장, 이 모두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 모두가 계엄령 정국의 파고를 넘어 우리 경제의 튼튼함과 새롭게 탄생할 정부를 믿고, 상생 협력하고 합심한다면 얼마든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이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의 뜻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해야 한다. 탄핵 심판을 넘어 새로운 대통령이 뽑혀 국가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성장 동력을 찾아 국민의 힘을 결집하여 하루빨리 경제를 되살리고 희망 가득한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국내 최초의 경영전문지인 CEO뉴스도 새해에는 국가적 경제 목표의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이며, 경제주체가 경제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국제 정보를 비롯한 각종 경제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특히 국내 최고의 경영 전문지로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도 가일층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나는 묻는다. 소박하면서도 얼마든지 다채롭고 풍요로울 수 있는 우리들의 살림살이는 왜 불가능한가. 어떻게 무너진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 그것이 있어야 할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것인가? 경제학이라는 말의 본 뜻, 즉 '오이코노미아' 또는 '경세제민'이라는 말의 참뜻을 찾아 사람들의 안정된 살림살이에 대해 절실하게 묻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유능한 경세제민책과 억강부양책으로 기득권과 무책임 지배 체제를 견제하고 지혜롭게 조율하는 방도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민생과 민주주의가 공진하며 선순환하는 길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이 경제의 본령이다. 그 해답을 연암 박지원은 '법고창신'이라 하였다. 우리에게 "옛것을 본받으며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연암 박지원은 누구인가? 그는 잘 알려진 대로 조선을 망친 독단적 소중화주의와 북벌 도그마와 대결하여 당대에 북학의 깃발을 높이 올린 실학자이다. 우리는 영조와 정조 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시대라 한다. 영정조 시대 대문장가인 박지원이다.
그는 "아무리 좋다 해도 옛것, 중국 것을 모방하는 데 급급하지 말라.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라는 말을 했다. 연암의 깨어 있는 법고창신의 정신은 단지 문학만이 아니라 경제학도 겨냥하고 있다. 오늘날 살림살이 경제의 새 길은 이 같은 이전 사람의 가르침을 저버리고 달리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말은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옛것을 모범으로 삼되 변통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되 법도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연암 박지원이 박제가의 문집 '초정집서'의 서문에서 밝힌 말이다.
'법고창신'이 유래한 '초정집서' 첫머리에서 연암은 당시 치열한 문학 논쟁이었던 '법고'와 '창신'의 폐해를 지적한다. '법고'는 옛것을 본받아 쓰자는 것이고, '창신'은 새롭게 만들어 쓰자는 생각이다. 옛것을 숭상하는 생각을 지닌 문인들은 '법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새로운 문예사조의 영향을 받은 문인들은 '창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암은 '법고'는 단순 모방과 답습의 병폐가 있고 '창신'은 허황되고 경박한 글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진실로 법고 하되 변화를 알고 창신 하되 법도에 맞는다면 지금 글도 고전의 글과 같다. 여기서 '법고이지변(法古而知變) 창신이능전(創新而能典)'을 줄여 '법고창신'이란 용어가 나왔다.
이 말뜻은 각자의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장점을 수용하는 상생의 정신을 담은 용어이다. '법고'는 '창신'의 장점인 변화의 정신을 받아들이고 '창신'은 '법고'의 장점인 전아함의 미덕을 수용하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편을 배척하기보다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이다.
이어진 글에서 연암은 "우임금과 후직과 안회는 그 도가 한 가지이니 편협함과 공손치 않음은 군자가 따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우임금과 후직은 평화로운 시절에 직무에 충실하여 자기 집 문을 세 번 그냥 지나쳤다. 안회는 혼란한 시절에 궁핍하게 지내면서도 자신의 즐거움을 바꾸지 않았다. 우임금과 후직은 집 밖에서 어진 정치를 했고, 안회는 세상과 담을 쌓고 집안에서 도를 닦았다. 전자와 후자는 분명 완전히 다른 행동을 취했지만, 정사에 나아가면 백성을 구하고 물러나면 자신을 수양하는 도를 실천한 측면에서 보면 같은 정신이다.
이와 비슷한 취지를 담은 뜻이 '의청소통소'에 나온다. 연암은 귀천의 차별을 두지 말고 서얼을 등용하자고 주장하는데, 옛 제도를 혁신하는 논의를 말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무릇 법은 오래가면 폐단이 생기기 마련이고 일은 막히면 통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준수해야 할 때 준수하는 것도 성인을 계승하는 것이며 통변이 마땅한 때에 통변하는 것도 성인을 계승하는 것이다. 굳게 지키거나(고집) 혁신하는 것(경장)은 오직 때(시)에 맞으면 그 의의는 한 가지이다."
'법고'와 '창신', '고집'과 '경장'은 서로 대립하지만, 때에 맞게 하면 둘 다 옳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부정하지 말고 서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이다.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는 대립하고 충돌하는 두 입장이 서로를 힘입어 발전 도모하는 상생의 정신이 되어야 한다.
연암은 '홍범우익서'에서 '상생'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상생한다는 것은 서로 자식과 어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입어서 살아가는 것이다.(故相生者 非相子母也 相資焉以生也)" 오행상생설에 따르면 나무는 불을 낳고 불은 흙을 낳는다. 곧 나무는 불의 어미가 되고 불은 나무의 자식이 된다. 그러나 연암은 불이 나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쇠와 돌이 부딪혀도 불을 일으키고 벼락이 쳐도 불을 일으키며 기름과 물이 서로 끓을 때도 불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우리 정치와 경제의 상생도 어미와 자식 같은 종속의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를 힘입어 살아가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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