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석유화학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많은 석유화학 공장이 폐업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자율적인 생산 조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23일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글로벌 과잉 공급 상황에서 사업 재편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는 구조조정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피하고, 고용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석유화학 업계가 기대했던 정부 주도의 대규모 통합이나 매각과 같은 '빅딜' 방안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조선업에서 적용된 구조조정 방식을 석유화학 산업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현재로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석유화학 업계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없이는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가 참여하는 인수·합병을 추진해야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산업 성장의 균형점을 잡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구조조정을 하려면 도산하는 기업들이 나오거나 채권단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예방적 조치보다는 실제 기업이 쓰러진 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해석될 수 있어 업계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2010년 대비 70%의 설비가 증가한 반면, 일본과 서유럽은 각각 15%와 9%의 설비를 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석유화학 자급을 목표로 대규모 증설에 나섰고, 중동 또한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석유화학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4400만 톤이었던 글로벌 공급 과잉 규모는 2028년까지 61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전체 석유화학 설비의 5배에 달하는 양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저가 제품의 범람은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라고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기업 자율성'이라는 미명하에 구조조정 결단을 업계에 미루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스스로 제3의 기관에서 컨설팅을 받아오면 그 결과를 보고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또한 납사와 납사 제조용 원유에 대한 무관세 기간을 연장하고, 공업 원료용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자율적인 조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들이 존재하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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