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계엄·탄핵 정국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145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부정적 영향과 관련해서도 환율 상승이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대체로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채택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관련 설명회에서 정치 불확실성 영향에 대한 질문에 "대외금융순자산 규모, 경상수지 전망 등을 고려하면 한국 금융 건전성은 여전히 강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재보는 "현재 가계·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 대외지급 능력이나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양호하고 자금중개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 이슈) 장기화가 걱정되지만, 금융·경제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독립적,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11월 금융불안지수(FSI)는 17.3으로 10월(17.4)보다 소폭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주의' 단계(8 이상)다.
장정수 금융안정국장은 계엄 선포와 탄핵안 의결이 이뤄진 12월 FSI에 대한 질문에 "FSI 구성 요소들의 월중 변동성을 보면, 금리와 주가의 변동성은 매우 커졌다가 최근 다소 줄었지만 환율 변동성이 크다"며 "하지만 신용 스프레드 등은 여전히 안정적인 만큼 FSI가 12월 중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3분기 현재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가계+기업) 신용 비율은 202.7%로 집계됐다. 1분기(204.4%)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민간 부문의 빚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번 금융안정보고서 중 '환율 상승이 국내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며 "국내 은행의 경우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어 환율 상승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 증가로 총자본비율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외화RWA 비중이 2024년 3분기말 22.6%(일반은행 기준)로 직전 환율 급등기(2022년 3분기 말 26.2%)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은은 "보험회사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환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상승이 비헤지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을 증가시켜 가용자본을 일부 늘릴 수 있으나 대부분의 외화자산이 헤지되어 있어 동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회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의 경우에도 환율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 상승 시 외환위험액 등의 총위험액이 늘어나더라도 증권회사의 외화 순자산 포지션으로 인해 영업용순자본이 함께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은 "단기적 자금수요와 환율 급등이 맞물릴 경우 일부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율 급등 시 자금 수요가 단기에 집중되지 않도록 외환스왑 만기 장기화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은행은 환율 상승기의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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