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판매 열풍을 견인한 단기납 종신보험의 인기가 제도 변화를 앞두고 시들 전망이다. 당국의 규제로 환급률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들로서는 가입할 유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간 수명이 증가한 대신 노화로 인한 질병이 늘면서 보장성 보험은 보험회사의 효자 상품이 되고 있다. 생명보험사마저 종신보험보다는 보장성인 제3보험에 점차 무게를 두는 배경이다.
다만 종신보험은 올해 나온 보험금청구권신탁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있다. 기존의 자녀 목돈 마련 성격에 더해 신탁을 통한 재산 운용·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낮아지는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단기납 종신보험으로 올해 종신보험 판매 열기가 높았던 가운데 금융당국이 보험사 건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환급률을 낮추라는 방침을 내렸다. 애초에 이달 말 적용이 예상됐던 규제는 한주 가량 앞당겨져 24일 이후에는 환급률이 기존 대비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생보사 대부분에서 이미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은 120%대에서 110%대로 떨어졌다. 7년 납입 기준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의 종신보험 환급률은 각각 122.1%, 122.3%에서 119.2%로, iM라이프는 124%.5%에서 119%로, 동양생명은 124.0%에서 118.9%로 줄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사망 보장성 보험이기는 하지만 통상 7년 납기에 10년간 보험을 유지할 시 환급률이 120-130%였다. 그런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자녀 등을 위한 목돈 마련을 목적으로 가입을 진행한 상품이었다.
반면 보험사로선 환급률이 높아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법인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판매 경쟁이 커지면서 보험사마다 환급률을 올린 게 규제의 배경이 됐다. 당국은 해약 시 환급금 부담이 보험사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생보사 먹거리 건강보험으로
가뜩이나 종신보험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게 된 흐름 속에서 생보사들은 건강보험 등 제3보험에 힘을 싣고 있다. 제3보험은 상해나 질병, 간병 관련 의료비 등을 보장하는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낮아진 대신 본인부담금이 늘어나면서 맞춤형 치료 등을 위한 제3보험 수요는 늘었다. 특히 생보사는 장기요양보험이나 치매 간병보험 등에 특화된 제3보험을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은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주요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이다. IFRS17 하에 부채가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계산됨에 따라 생보사들이 주로 판매해 온 저축성보험은 판매가 위축됐는데 건강보험이 이를 대체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건강보험은 특정 담보에 대한 일시금 지급이 중심이기에 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영향에도 수익성 등을 위해 여전히 장기보험 주력상품인 종신보험 판매를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종신보험, 보험금청구권 신탁 연계 늘 것”
사망 보장이 기본인 종신보험에 다양한 질병 보장 및 연금과 저축 등을 강화해 생보사들이 판매 메리트를 보완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신보험 판매에 날개를 달아줄 걸로 기대되는 게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다.
지난달 12일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신탁 범위에 보험금이 추가되면서 3000만원 이상 사망보장금은 이 신탁에 맡길 수 있게 됐다. 사전 계약에 따라 신탁사가 보관·운용·관리하며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를 수익자로 지정하기에 금융사 중에서도 생보사가 판매하기에 가장 유리한 상품이다.
현재 생보사 중에는 삼성, 교보, 흥국, 미래에셋생명 5개사만이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갖춰 보험금청구권신탁을 출시했다. 시행령 개정일에 맞춰 1호 계약을 체결한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달 26일까지 860억원 규모로 총 214건 계약을 이뤘다. 불과 한 달도 안된 시점에서 보면 수요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종신보험을 판매하더라도 앞으론 단기납처럼 수익성이 저조한 상품보다 전통적인 사망보장형을 보험금 청구권 신탁과 연계해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건강보험에 무게가 실리겠지만 일부 생보사들은 이를 통해 CSM을 극대화할 걸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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