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40명 중 37명 무더기 감형…피해자·유족은 심경 복잡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만료를 4주 남기고 연방 사형수 40명 중 37명을 가석방 불가 종신형으로 감형해줬지만, 3명은 예외로 남겼다.
감형에서 제외된 3명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31),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 교회 총기난사범 딜런 루프(30), 2018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범 로버트 바워스(51)다.
이들 3명은 모두 잔혹한 대규모 살인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저지른 테러범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범행 당시 19세이던 차르나예프는 2013년 4월 15일 형인 타메를란과 함께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 근처에 자신들이 만든 폭탄 2개를 설치해뒀다가 터뜨렸다.
이 테러로 3명이 숨지고 264명이 부상했다.
차르나예프는 매사추세츠 워터타운의 한 주택 뒷마당에 놓여 있던 보트에 숨어 있다가 범행 나흘 후에 경찰에 검거됐으며, 공범인 그의 형은 검거 작전 도중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재판 과정에서 차르나예프의 변호인들은 범행을 주도한 것은 형이었다며 미성년자에게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으나 2022년 3월 연방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범행 당시 21세이던 루프는 2015년 6월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한 흑인 교회에서 열린 성경공부 모임에서 권총을 난사해 9명을 살해했다.
백인 우월주의자인 루프는 인종간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에 따라 연방법에 따른 증오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첫 사례가 됐다.
루프의 변호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사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2022년 10월 연방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로버트 바워스 역시 백인 우월주의 테러범이다.
그는 2018년 10월 27일 오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유대교 회당에 반자동소총 1정과 권총 3정을 들고 난입해 "유대인들은 모두 죽어야 해!"라고 외치며 기도를 드리던 교인 11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이 범행은 미국 역사상 반유대주의 증오범죄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례였다.
이 3명을 제외한 37명의 사형수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감형 조치에 대해 피해자 유족들과 지인들은 분노를 포함해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팀 티머먼은 그의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마빈 개브리언(71)을 바이든이 사면한 것은 가족들에게 고통만을 안겨주는 일이라며 "(살해범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감옥 침대를 제공하는 것이 무슨 정의냐"고 현지 TV방송에 말했다.
10대이던 그의 딸은 1996년 8월 개브리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듬해 6월 피해자로서 재판에 나가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재판 이틀 전에 개브리언에게 납치돼 호수에 던져진 후 1개월여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2017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은행강도 사건으로 모친이 숨진 히서 터너는 이번 감형 조치가 "명백하고 중대한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터너는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그와 그의 지지자들의 손에 피가 묻어 있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 경찰관 브라이언 허스트를 2005년 1월 살해한 은행강도범 대릴 로런스가 감형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허스트의 부인이었던 머리사 깁슨은 현지 신문에 실린 입장문에서 "연방 사법제도를 완전히 무시하고 파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허스트와 함께 근무했던 퇴직 경찰관 도니 올리베이로는 "대통령이 올바른 일을 했다"며 로런스의 사형이 집행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평온을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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