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강등 위기에 처한 발렌시아가 루벤 바라하 감독을 경질했다.
24일(한국시간) 발렌시아는 홈페이지 등 공식 채널을 통해 바라하 감독이 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감독에 대한 예의를 갖춰 노고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이다.
바라하는 발렌시아의 전설적 선수 중 한 명이다. 스페인의 레알바야돌리드,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거쳐 25세 때 발렌시아로 이적한 바라하는 이후 10년 동안 중원을 책임졌다. 특히 다비드 알벨다와 함께 구축한 중원은 당시 유행하던 4-2-3-1 포메이션에서 가장 교과서적인 미드필드 조합으로 유명했다. 알벨다가 수비에 집중하고, 바라하가 종종 공격에 가담해 전방을 지원했다. 바라하가 있던 시절 발렌시아는 스페인 라리가 우승 2회를 비롯해 트로피 5개를 따냈다. 황금기였다. 바라하는 이처럼 라리가 내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인정 받아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43경기 7골을 기록했고, 2002 한일 월드컵 8강 전에서 한국에 밀려 탈락했을 때 풀타임을 소화한 멤버 중 하나였다.
발렌시아에서 35세까지 뛰고 은퇴한 바라하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코치, 발렌시아 유소년팀 지도자를 거쳐 여러 팀에서 감독 경력을 쌓았다. 엘체, 라요바예카노, 스포르팅히혼, 테네리페, 사라고사 등을 거쳤다.
지난해 발렌시아가 바라하 감독을 선임했을 때부터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도자 경력을 주로 2부에서 이어 왔으며 그조차 별다른 성과 없이 조기 경질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감독 생활을 2년 넘게 쉰 상태에서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아무리 ‘레전드’라도 무리한 선임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바라하 감독은 2022-2023시즌 도중에 부임해 16위로 아슬아슬한 잔류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은 꽤 성공적이었다. 성적을 9위까지 끌어 올렸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꺾고 레알마드리드와 비기는 등 홈에서 강팀 상대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 보강은 되지 않았고, 바라하 감독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공격력이 리그 최하위권이다. 현재 발렌시아는 2승 6무 9패로 승점 12점을 따는 데 그치며 강등권인 19위로 떨어져 있다.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카를로스 코르베란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 감독이다. 발렌시아 유소년팀 출신이지만 프로 선수로서 빛을 보지 못했던 코르베란은 일찍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뒤 잉글랜드의 허더스필드타운과 웨스트브로미치 등에서 주로 활약했고, 스페인 팀 1군을 지도해 본 적은 없다. 잉글랜드 하부 리그에서는 역량을 인정받아 온 인물이다. 코르베란 감독과 웨스트브로미치의 계약해지 조항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300만 유로(약 45억 원)가 들 것으로 보인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성장한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발렌시아를 경영하는 싱가포르 부호 피터 림 구단주는 일관성 없는 정책
과 이해할 수 없는 예산 절감으로 팀을 위기에 빠뜨렸다. 이강인이 발렌시아를 떠난 것도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는 구단에서 유망주인 이강인에게 출장기회가 잘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형적인 경영 행태에도 불구하고 1부에서 버텨 왔지만, 이번 시즌은 진정한 강등 위기다.
사진= 발렌시아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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