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밸류업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못했다

[2024 결산] 밸류업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못했다

직썰 2024-12-24 08:00:00 신고

3줄요약
올해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제·산업계에 훈풍이 예상됐으나, 소비심리 회복지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정치 혼란까지 더해지며 경제·산업계의 투자 방향 또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썰> 은 올 한 해 경제·산업계에서 발생한 이슈와 현황을 분야별로 결산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직썰 / 최소라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정부가 야심 차게 시도한 ‘밸류업 프로젝트’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부족한 수준인 데다 계엄·탄핵정국의 정치 불확실성에 증시는 오히려 뒷걸음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9%가량 떨어졌고, 코스피 지수는 7% 정도 하락했다. 8월 이후 국내 증시를 빠져나간 외국 자금은 140억달러(약 19조7000억원) 이상으로 올 한해 국내 증시는 ‘밸류업’이 아닌 밸류다운’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6배, 주가수익비율(PER)은 13.65배로 1년 전보다 하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尹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할 것” 선언

올해 초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시를 예고하며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첫 증시 개장일인 1월 2일 한국거래소를 직접 방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나서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까지 약 10조원어치를 쓸어담았다.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인 금융주는 특히 관심을 끌었다. 올 1월 첫 거래일(1월2일)부터 2월 마지막 거래일(2월29일) 까지 KRX은행 지수는 14.23%, KRX증권 지수는 15.34% 올랐고, 외국인의 상반기 순매수 순위에 우리금융지주(10위), KB금융(12위), 하나금융지주(35위) 등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9월 ‘밸류업 지수’ 발표…시장 반응 미지근

지난 5월 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예고한 ‘상법 개정’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9월 24일 2년 연속 배당 여부, ROE(자기자본이익률),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을 기준으로 100종목을 선정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을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저PBR주 위주보다 업종 대표성을 고려한 대형주가 대거 포진했고, 시가총액 규모나 주주 환원 성적이 높았던 KB금융이나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사가 빠졌기 때문이다.

그결과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 11월 17일까지 3.01% 하락하는 결과를 냈다.

이에 정부는 11월 18일 밸류업 펀드 2000억원 투입 시작해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코스피가 연저점을 기록한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 계엄 선포…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그러나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이 직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밸류업 정책은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내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4일부터 연저점을 기록한 9일까지 4영업일 동안 5.58%가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9.23% 떨어졌다.

같은 기간 밸류업의 중심에 있는 4대 금융지주 주가는 급락했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각 18.18%와 10.11% 하락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10.99%, 13.33% 떨어졌다.

지난 6일 미국의 유력 경제 매체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할하여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몸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입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최근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상 가동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16일 1차 리밸런싱을 실시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 KB금융‧하나금융지주‧SK텔레콤‧KT‧현대모비스 등 5종목을 20일부터 신규편입하기로 했다.

이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오전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어 금융·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 부총리는 “주식시장 수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3000억원 규모의 2차 밸류업 펀드의 조성약정 체결이 완료돼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라면서 “증시 밸류업 관련 지배구조개선 및 세제지원 등도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면 논의를 통해 가시적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정빈·이민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정부, 기업, 투자자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기업들은 투자자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단기적인 이익 편취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수익 공유에 힘써야 하고 정부는 밸류업 이행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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