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美 보조금 받지만 내년 반도체 수출 '혹한기' 맞는다 

삼성·SK, 美 보조금 받지만 내년 반도체 수출 '혹한기' 맞는다 

한스경제 2024-12-24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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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미지./프리픽
반도체 이미지./프리픽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보조금 규모가 최종 확정됐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산업은 내년 수출 둔화로 혹한기를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제조업과 수출이 내년 초 트럼프 2기 정부의 시작과 맞물려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내년 수출 증가세가 급속히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연이어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약 7조원에 달하는 47억4500만달러, SK하이닉스에는 6600여억원에 해당하는 4억580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확정 발표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예비거래각(PMT)서로 내년 초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았으나 그 이전 보조금 규모를 확정지으면서 한숨 돌렸다. 다만 삼성의 보조금 규모는 지난 4월 PMT 당시 64억달러에서 약 17억달러(26%)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PMT 체결 당시보다 투자계획을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이 이처럼 미국의 보조금 지원을 확정했지만 내년 반도체 분야 수출 전망은 어둡다. 내수부진과 고환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며 수출 증가세의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연구원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내년 전체 및 내년초 수출 산업 관련 전망' 보고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베이지수(PSI) 조사 결과 내년 1월 제조업 업황 PSI는 75로 12월 전망치 96보다 21포인트(P)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1월(70)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부터 제조업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최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의 내년 1월 PSI 전망치는 12월 전망치(124)보다 무려 59P나 떨어진 65로 나타나 업황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이달 반도체 업황 현황 지수는 지난달보다 18포인트 하락한 82에 머물러 18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넘었던 추세가 무너졌다. 이에 스마트폰과 PC 등 IT기기 수요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DDR4 8기가비트(개인 컴퓨터용 D램) 제품이과 저가용 제품에서 대부분 이 국산이었는데 이 시장을 이제 중국이 차지하게 되면서 그만큼 한국의 D램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조사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 EBSI는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이하로 떨어졌다. EBSI는 지난해 4분기 97.2에서 올해 1분기 116.0으로 급등, 기준선(100)을 넘은 뒤 2분기 108.4, 3분기 103.4를 유지했지만 내년 1분기 전망치는 기준선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10개 품목이 기준선을 밑돌아 내년 1분기 수출 여건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중 반도체 EBSI는 올해 1~4분기 103.4, 148.2, 124.2, 135.2 등으로 기준선을 크게 웃돌았지만 내년 1분기 전망치는 64.4로 내려앉았다.

내년 1분기 반도체 수출 둔화를 우려한 무역협회도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경쟁이 심화하고 전방 산업 재고 증가 등 여파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삼성전자

한경협은 매출액 1천대 기업 가운데 12대 수출 주력업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수출전망조사'에서 한국의 내년도 전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수출 증가율 전망치 2.2% 보다 낮아 내년 수출 제조업의 부진은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수출 감소를 우려한 기업들은 수출 부진 이유로 '주요 수출대상국 경기부진(39.7%), '관세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 '원자재 유가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11.1%)'  등을 꼽았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관세부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수출 여건이 제일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으로 48.7%가 미국을 꼽았고 중국이 42.7%로 뒤를 이었다.

이에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 우선순위로 △외환시장 안정화(31.5%)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22.8%) △원자재 수입 관련 세제 지원(18.0%) △원자재 등 안정적 공급대책(11.4%), △수출 신시장 개척 지원(11.0%) 등을 꼽았다. 

이에 정부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파격적인 세액공제 확대를 재추진한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이달 말 공개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반도체 기업의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5% 포인트 높이는 내용의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재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세계경제 둔화와 주력 업종 경쟁력 약화로 내년도 수출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 등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환경조성에 주력하고 국회는 기업 활력을 저하시키는 규제 입법보다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입법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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