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역삼동, 최원영 기자) "지도자 중심의 체육 행정을 펼치겠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오주영(39)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은 지도자가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국 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며 당선된다면 지도자 처우 개선 및 신분 보장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엑스포츠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통해 출사표를 던졌다.
대전 출신인 오 후보는 대전대 총학생회장, 대전시 세팍타크로협회장을 거쳐 2021년 36세의 나이로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에 당선됐다. 역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수장 가운데 최연소 당선이었다. 이후 그는 아시아연맹 부회장과 국제연맹 부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오 후보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오 후보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체육계 적폐 청산과 개혁을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체육의 근간인 선수와 지도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며 힘줘 말했다.
이어 "진정한 개혁을 위해선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도 변화할 수 있다"며 "임기의 6개월 이내에 그림자처럼 숨어있는 나쁜 사람들을 걷어내고자 한다. 그때부터 새로운 체육의 방향성이 잡힐 것이다"고 강조했다.
'무시당할 용기'라는 표현을 꺼냈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내가 후순위 후보로 분류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람들은 꼴등이 1등이 되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올림픽에서도 깜짝 금메달리스트가 나오곤 한다"며 "내가 당선된다면 정말 많은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표했다. 오 후보는 "단일화는 유권자의 권리와 선택의 폭을 좁히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정치적 행위다. 그간 단일화하거나 단일화 후 승리한 사례는 없었다"며 "단일화에 대한 명분이 오직 '타도 이기흥' 하나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해서 이긴다고 해도 새로운 괴물이 탄생할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치러진다.
다음은 오주영 후보와의 일문일답.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적폐를 청산하고 싶고, 개혁하고 싶다. 세팍타크로협회에서 종목단체장 4년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이기흥 회장이 이끌었던 체육회에서는 체육의 근간인 선수와 지도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전국 지도자들의 근무 환경, 급여 수준 등에는 관심도 없더라. 불편한 진실이라 여기며 언급하는 것도 꺼렸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체육회를 자신들만을 위한 조직으로 공고히 만들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만이 개혁을 이룰 수 있다기보다도, 누구든 그 안에서 '잘못됐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꼈다. 세팍타크로협회장 직을 수행하며 누구를 대변하고,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더더욱 알게 됐다.
대한민국 체육지도자는 우리나라 체육 대서사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우리나라 체육에서 지도자가 중심인 적은 없었다. 적어도 지도자들이 바로 서고,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대한민국 체육이 산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지도자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삶을 사는지를 보며, 선수들이 미래의 지도자를 꿈꾸겠나. 지도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지도자 중심의 체육 행정을 하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달라.
▲이기흥 회장의 체육회는 지도자 처우를 돈으로만 직결했다. 직장운동경기부 지도자들을 제외한 일반 학교체육 지도자들은 급여가 무척 적다. 하지만 '처우'의 포커스를 어디에 두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단순히 급여를 많이 주는 게 아닌, 지도자들의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 그래야 전반적인 환경이 나아질 수 있다.
지도자들의 급여는 대한체육회가 아닌 시도체육회가 주는 것이다. 그런데 시도체육회 선거 시 지도자들, 선수들은 배제돼 있다. 오직 시도종목단체장, 학교장, 대학교 총장까지 세 직군만 포함돼 있다. 시도체육회 선거할 때 일선 지도자들을 찾아가 필요한 부분을 묻는 후보는 없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 등만 신경 쓴다.
나는 체육 개혁의 실질적인 주체가 지도자라 생각한다. 지도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가장 쉬운 길은 그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이다. 체육회 이사회에서 규정 개정을 통해 선거관리규정만 바꾸면 된다. 지도자들에게 선거권이 생기면 시도체육회장들은 지도자들을 도구가 아닌 정식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은, 나처럼 체육에 빚진 게 없는 사람이다. 체육 개혁에 걸림돌이 없는 내가 적임자라 생각한다.
-세팍타크로협회장으로 지내며 대전에 월드컵 유치도 하고, 대학팀도 다수 창단했다. 추진력의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 체육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한데.
▲신조가 있었다. '무시당할 용기'다. 비인기종목 회장이고, 종목에 대한 부연 설명도 엄청나게 해야 했다. 그럼에도 세팍타크로팀 창단을 위해 대학교 교수들과 약속을 잡아 직접 찾아갔다. 무시당할 용기를 갖고 달려갔다. 직접 움직이면 안 될 것만 같던 일들이 되기 시작한다. 무시당할 용기가 존경, 존중으로 바뀌는 것이다.
종목단체장은 우리 종목 선수들의 미래, 진로를 위해 힘써야 한다. 세팍타크로에선 선수들이 진학할 수 있는 대학팀이 필요했다. 그래서 절박했다. 대학체육을 활성화하고, 연계 육성으로 선수들이 커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선택에 따라 선수, 지도자 외에 다른 직업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잘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운동을, 이 종목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봤다.
'무시당할 용기'는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도 적용된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늘 후순위 후보로 분류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누가 회장이 된다고 해도 개혁은 못할 것이다. 체육에 빚진 게 많아 주변 정리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선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이 그대로면 조직이 변화할 수 없다.
나쁜 사람들을 걷어내면 그때부터 새로운 체육의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 본다. 구체적으로 임기의 6개월 이내에 그림자처럼 숨어있는 그 사람들을 도려내고자 한다.
사람들은 꼴등이 1등이 되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올림픽에서도 랭킹 밖 선수가 깜짝 금메달을 따기도 한다. 내가 체육회장이 된다면 정말 많은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선거 캠프를 세종시에 두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내 공약 중 하나가 체육의 '지방 시대'다. 지방체육회들은 모두 이 점을 요구한다. 체육회가 왜 서울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몇몇 지자체들도 지방 이전을 바란다고 한다. 물론 체육회가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갑자기 체육의 지방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체육의 본진이 움직인다면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은 수도 이전의 상징이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이전하기도 했다. 스포츠 산업이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체육회의 지방 이전이 필수라고 본다. 세종에 캠프를 둠으로써 체육회 지방 이전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계속해서 '후보 단일화' 바람이 불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기흥 회장을 이기려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오 후보는 단일화에 반대 중이다.
▲단일화가 갖는 문제점부터 말씀드리겠다. 서로의 자리에 관한 문제 등 단일화 이후 후유증이 엄청 날 것이다. 조건 없는 합의는 있을 수 없다. 단일화는 유권자의 권리와 선택의 폭을 좁히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정치적 행위다.
단일화한다고 해서 승리를 담보할 수도 없다. 그동안 단일화한 전례도, 단일화를 통해 이긴 사례도 없다. 그런데 단일화를 승리의 필승 공식으로 삼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단일화만 되면 어떤 후보가 나가든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각자 가진 생각을 하나로 뭉쳐 더 큰 미래를 그리자는 것이 아니라, 오직 '타도 이기흥'을 위해 단일화를 외치고 있다. 체육회는 이기흥 회장 것이 아니다. '타도 이기흥' 자체가 이기흥 회장이 체육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나. 단일화에 대한 명분이 오로지 '타도 이기흥' 하나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출마를 결심했다면 자신만의 비전과 경쟁력으로 승부하면 된다. 그러나 단일화를 하면 정책 선거를 하지 못하고, 해당 후보 한 명을 체육회의 주인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단일화를 통해 승리한다고 해도 다시 괴물이 탄생할 뿐이다. 오히려 분열의 상징이 될 것이다.
-당선이 목표겠지만, 되지 않더라도 이번 선거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까.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이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계층들을 믿는다. 누군가는 내게 완주하는 것이 목표냐고 묻지만 난 당선을 위해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내 진정성이 통한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서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역삼동, 박지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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